양산(梁山) 보물찾기 여행 2014.12.18

여행을 통해 느낀 바로 지명의 뜻을 정하자면 양산은 산이 양껏 있어서 양산이다.

행정구역 안에 천성산, 영축산, 대운산, 토곡산, 천태산 그리고 오봉산까지 으리으리한 산들이 있다. 산들의 속살을 누비며 만난 몇 가지의 보물들을 맛보기로 만나보자.

양산 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양산시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yangsan.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통도사

△ 통도사 선자교

가장 먼저 영축산의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양산 8경 중 제1경인 통도사(通度寺)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통할 통(通)에 법도 도(度)자를 써서 통도사라 이름을 지었다. 도로 통하는 절이라는 이름은 창건자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

자장율사는 어려서부터 마음이 맑고 슬기로워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를 여읜 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출가했다. 불도에 혼신의 열정을 다하고 있을 때 선덕여왕이 그의 명성을 알고 여러 차례 정계로 불렀지만 자장율사는 모두 거절했다. 선덕여왕이 말을 듣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고까지 했지만 자장율사는 100년을 살자고 도를 버리기보다 도를 위해 하루를 살겠다고 말했다. 도를 향한 사랑에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 자장율사의 태도에서 도로 통하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노송이 물결치는 솔밭길을 따라 통도사로 향해 걸어 올라간다. 통도사 산문에서 일주문까지 이르는 1㎞의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를 걸을 땐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자연을 느끼게 된다.

통도사의 건물 배치는 곤충의 몸 구성인 머리·가슴·배처럼 머리인 금강계단과 대웅전을 기준으로 상로전·중로전·하로전으로 나뉘어 있다.

천왕문은 하로전의 시작 부분으로 사찰의 수호 기능을 담당하는 문이다. 목조 사천왕이 천왕문 안에서 절을 지키고 있다. 사천왕들의 얼굴을 보면 세콤(SECOM=경비시스템)이 부럽지 않은 절대 방어력이 느껴진다.

△ 통도사 성보박물관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성보 박물관으로서 성보 문화재 4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불교 유물의 보존 및 전시뿐만 아니라 생활 자수, 전각, 다도, 찬불가 교실, 서각, 불화·단청 등 문화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중로전의 시작 부분은 불이문이다. 모든 것이 평등하고 차별이 없음을 ‘불이’라고 한다. 또한 번뇌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기도 한 불이문을 지나면 모든 근심에서 벗어나 해탈함을 의미한다.

불이문을 지나 해탈의 세계로 들어오자 통도사의 대웅전이 보인다. 보자마자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이 팍 왔다. 임진왜란 때 불탄 뒤 1645년에 다시 복원한 후 지금까지 이르고 있으니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

대웅전 뒤쪽에는 통도사의 중심이자 상징인 금강계단 불사리탑이 있다. 절의 창건자인 자장율사가 모시고 온 부처님의 정골 사리를 봉안했다고 하는 불사리탑이다. 부처님의 사리가 있기 때문에 대웅전에는 불상을 놓지 않고 불단만 조성해놓았다.

불사리탑을 보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는데 차가운 돌의 기운을 발바닥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불자들이 불사리탑 앞에서 찬 돌바닥이 무색하게 각자의 바람을 위해 뜨겁게 절을 하고 있었다.

2. 홍룡폭포

두 번째 속살은 양산 최고 명산인 천성산의 홍룡폭포다.

양산 8경 중 제4경인 홍룡폭포는 보기 드문 상중하 3단 구조로 돼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부딪히며 만들어지는 물보라가 눈앞을 덮으며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홍룡폭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굽이굽이 산길을 많이 올라야 한다.

뚜벅이들에게는 피곤함만 선사하겠지만 자가용을 타고 간다면 운전하는 재미에 아름다운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 즐거움이 두 배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5분 정도를 걸어 올라가자 물소리와 함께 흘러내리는 홍룡폭포의 2·3단 물줄기가 보인다. 저 위에 감춰진 홍룡폭포의 진짜 모습을 볼 생각에 설렌다.

홍룡폭포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홍룡사에 들렀다. 울창한 대나무숲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홍룡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계절에 비해 꽤 많은 양의 물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감탄사만 연발하며 바라봤다. 관음전과 함께 있어 더욱 은밀한 느낌이 나는 홍룡폭포를 한참 바라봤다.

△ 홍룡폭포 관음전

3. 사찰음식 약선요리 전문점 ‘바루’

양산의 아름다움에 취해 점심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다. 밀려오는 허기에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은 사찰음식이었다.

통도사에 이어 홍룡사까지 봤더니 자연스레 밥도 절답게 고르게 됐다.

찾아간 곳은 바루라는 이름의 사찰음식 약선요리 전문점이었다. 모든 음식을 조미료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약초, 효소 그리고 버섯 가루로만 맛을 낸다고 한다.

대통밥과 단호박밥을 주문하자 깔끔하고 색깔도 예뻐 눈으로도 맛이 느껴지는 찬이 차려졌다.

특별한 조리법으로 대나무의 찬 기운을 없애고 약초의 맛과 향이 어우러진 바루의 대표 요리인 대통밥은 1만1000원이고, 불가의 먹거리 지혜를 대표하는 단호박과 어우러진 단호박밥은 1만7000원이다.

MSG에 길들여진 입맛이라 맛이 꽤 심심했지만 씹을수록 본 재료의 맛이나 씹는 즐거움이 있는 식사였다.

4. 양산타워

뚜벅이들을 위한 양산의 배려라고 할 수 있는 양산타워는 시내권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가까운 지하철역은 남양산역이다.

양산타워는 자원회수시설의 굴뚝을 이용해 전망대를 설치한 건축물이다.

총 160m의 높이로 남산타워(236.7m)와 대구의 우방타워(202m)에 이어 3번째로 높은 타워다.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양산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한 번은 올라가 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입장은 무료로 이뤄지고 밖이 훤하게 보여서 오금이 저리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전망대 상층부에는 오감으로 양산을 느낄 수 있는 3개의 전시실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층부에는 북카페가 있어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지상 120m 상공에서 특별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

5. 오봉산 임경대

마지막 목적지는 신라 말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 선생이 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머물며 시를 읊었다는 오봉산의 속살인 양산 8경 중 제7경인 오봉산 임경대다.

지는 해의 기운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때쯤에 양산타워에서 임경대로 향했다.

양산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임경대로 향하는 20분 동안 양산의 감춰진 보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없었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임경대가 이 아쉬움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의 끝은 맺어야 했다.

낙동강이 보이는 지방도를 따라 달리자 임경대를 가리키는 표지가 나왔다.

현재 양산 제7경으로 알려진 임경대가 실제 임경대의 위치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행을 즐기는 데 있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임경대로 향하는 오솔길을 지나자 겨울을 기다리며 단풍이 든 나무들과 어우러진 정자가 나타났다. 정자 위에 올라서자 눈앞에 도도하게 흐르는 낙동강 줄기와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의 풍경이 펼쳐진다.

낙조와 함께 어우러진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임경대가 양산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적절했다는 생각을 했다.

지는 해의 붉은 기운은 허무하기도 하지만 다시 떠오르기 위한 약동의 기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자의 기둥에 기대어 최치원 선생이 임경대를 노래한 시를 떠올리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연기 낀 봉우리 빽빽하고 물은 넓고 넓은데

물속에 비친 인가(人家) 푸른 봉우리에 마주 섰네

어느 곳 외로운 돛대 바람 싣고 가노니

아득히 나는 저 새 날아간 자취 없네

글: 이현우 인턴기자/ 사진: 박준용, 양산시청

기사 제공: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