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2015.04.03

남자 테니스의 빅4로 불리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로저 페더러(스위스)·라파엘 나달(스페인)·앤디 머레이(영국).

4명의 선수들은 저마다 기복이 있었지만 지난 몇 년간 남자 테니스계를 호령하고 또 나눠 지배해왔다. 약속이나 한 듯 취미로 영화 감상을 말한 빅4.

제각기 다른 테니스 스타일을 가진 4명의 선수는 과연 어떤 영화를 좋아할까?

테니스에서부터 패션까지 각자의 개성을 가진 4명이라 좋아하는 영화도 서로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섣부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코미디, 모험, 스릴러를 사랑하는 ''조코비치와 머레이''

1987년생으로 동갑내기인 데다 생일도 일주일밖에 차이 나지 않는 조코비치와 머레이. 그래서일까? 둘은 정말 비슷한 영화 취향을 가졌다. 키워드로 나타내면 코미디, 모험, 스릴러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조코비치는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 ‘300(2006)’ ‘미트페어런츠 시리즈’ ‘익스펜더블(2010)’ 등을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지난 2008년에 개봉했으며 데브 파텔과 프리다 핀토가 주연을 맡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8개 부문에서 수상한 영화다.

빈민가 삼총사의 파란만장한 성장기를 그린 이 영화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빈민가의 밑바닥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인도의 어두운 사회상과 종교적 탄압 그리고 뒷골목 갱스터들과 냉혹한 경찰들을 가감 없이 녹여냈다.

조코비치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영화에 드러난 인도의 현실이 전쟁을 겪은 그의 조국 세르비아를 떠오르게 하고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자신을 떠올렸기 때문은 아닐까.

조코비치는 우리나라에서도 흥행한 ‘300’과 ‘익스펜더블’ 같은 모험, 스릴러 영화와 함께 코미디 영화 ‘미트페어런츠’ 시리즈도 강력하게 추천했다.

‘미트페어런츠’는 2001년에 개봉해 북미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2006·2011년에 속편도 나왔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남자 주인공 그렉이 전 CIA 심리분석가 아버지를 둔 여자 친구 팜과의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다.

샤라포바, 나달 등 동료 선수들을 흉내 내며 관중들에게 늘 웃음을 주는 조코비치. 코미디 영화를 즐겨보는 습관이 그의 유머러스한 성격을 만든 듯하다.

머레이는 ‘유주얼 서스펙트(1996)’ ‘브레이브하트(1995)’와 함께 코미디 배우인 윌 페렐이 나오는 영화는 모두 좋아한다고 밝혔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올해로 개봉한 지 정확히 20년 된 범죄 스릴러 영화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반전 영화의 대명사로 ‘식스센스’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브레이브하트’는 머레이에게 명작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바로 그의 조국인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멜 깁슨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브레이브하트’는 약 800년 전쯤 스코틀랜드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윌리엄 월레스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주권이 없는 나라의 국민들이 겪는 참혹한 현실과 그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삶과 투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비슷한 아픔과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객의 호평을 받은 영화다. 외국인의 심금까지 울리는 영화이니 머레이에게는 분명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코미디도 사랑하는 머레이는 윌 페렐을 특히 좋아한다.

윌 페렐은 1967년생으로 미국 SNL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2013년 MTV 시상식에서 코믹천재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할리우드에선 유명세를 가진 배우지만 같은 코미디 스타인 짐 캐리와 비교해 국내 관객들에겐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대표작으로 ‘앵커맨(2004)’ ‘선거캠페인(2012)’ ‘스트레인저 댄 픽션(2006)’ 등이 있다.

 윌 페렐은 미국의 코미디쇼 같은 방식의 웃음을 주로 전달하는데 독특한 캐릭터 묘사 방식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면 그의 웃음 세계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아마도 머레이는 일상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대사와 이상한 행동을 하며 웃음을 주는 페렐에게 매력을 느낀 듯하다.

드라마와 액션을 사랑하는 ''페더러, 나달''

오랜 시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온 페더러와 나달. 나이, 테니스 스타일, 선호하는 코트, 패션 등 좀처럼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든 두 선수지만 영화 취향만큼은 닮았다.

두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글래디에이터(2000)’다.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사랑, 복수를 그린 영화로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았다.

할리우드에서 30년 만에 만들어진 진정한 로마시대극으로 개봉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극찬을 받는 영화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불굴의 정신을 페더러와 나달도 가진 듯하다.

페더러와 나달의 액션 영화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페더러는 ‘007’ 시리즈 전편을 챙겨봤을 정도로 액션광이라고 한다.

나달 또한 ‘글래디에이터’와 함께 좋아하는 영화로 ‘엔트랩먼트(1999)’를 꼽았다.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남녀 도둑이 만나 불가능할 것 같은 물건을 훔치는 이야기다.

숀 코네리(영국)가 직접 제작하고 주연까지 맡았으며 레이저 사이를 넘나드는 등 캐서린 제타 존스(영국)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액션이 이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영화에 등장하며 더욱 유명해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중 타워 2는 국내 건설사가 세웠다.

페더러와 나달은 액션 영화뿐만 아니라 진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 영화도 사랑한다.

페더러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주연을 맡은 ‘굿윌헌팅(1997)’을 감명 깊게 봤다.

이 영화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으나 자포자기한 삶을 살던 청년이 한 심리학 교수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가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부 보스턴 특유의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명대사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나달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흥행한 ‘타이타닉(1997)’을 최고의 영화로 뽑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 영화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계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을 맡았고 영화뿐 아니라 OST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달은 “타이타닉은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영화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만난 소꿉친구와 오랜 시간 사랑을 키우고 있는 나달이기에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 듯하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빅4지만 이처럼 사이 좋게 2명씩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흥행한 영화들을 최고의 영화로 꼽았기에 색다르면서도 동질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늘 멋진 경기력으로 모험, 액션,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한데 모인 경기를 보여주는 빅4! 그들의 문화생활을 응원하는 한편 앞으로도 명승부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글: 김지환 인턴기자

기사 제공: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