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그리 좋아할줄은 lk*****2018.06.05

아내가 그리 좋아할줄은




아내가 며칠을 집을 비우는 일이 있어 근대장국을 끓이기 위하여 장독대에 올라가 된장을 떠야 하는데 어느 단지가 된장인지를 헤매었다.
근대를 처음부터 장과 함께 넣어 긇였더니 근대는 미역국처럼 풀려 죽처럼 되었다. 그런데 근대장국을 뜰려고 국자를 찾아 이곳 저곳을 둘러 보는데 국자 자루가 건들건들 빠저 있지를 안는가

설마 이 국자 말고 다른게 또 있겠지 하고 한참을 찾았으나 찾지를 못했다. 그제서야 아무리 알뜰한 아내라도 자루가 이렇게 흔들거리는 국자를 설마 쓸라고 하며 근대장국을 먹으려는 순간 갑자기 울컥 했다.
아무리 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해도 국자값이 얼마나 된다고 자루가 빠질 정도로 흔들거리는 국자를 여지껐 사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말이다.
씁쓸하게 끼니를 가볍게 때우고 주방용품 마트에 들려 국자가 얼마나 비싸기에 그런 유물관에나 있을법한 국자를 여지껏 사용했을까 하고 가격표에 먼저 눈이 갔다. 눈여겨 보고 또 봐도 겨우 5천원 정도라 이참에 대형 국자를 하나를 더 구입 했다.

이렇게 된것은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41년을 함께 했어도 한번도 아내를 도와 준 적이 없고 아내의 주방기구를 한번도 관심을 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볼까 국자를 옷에 감추어 카운터를 중죄인처럼 벗어 났다.

며칠후 아내가 돌아 와 주방에 들어서자 이게 뭐냐고 묻는게 아닌가 바로 나를 반성하게 하고 놀라게 한 문제의 그 국자를 ! 아내는 크게 잘못이나 한것처럼 국자에 대한 설명차원이 아닌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막상 버릴려니 오래 사용했기에 정이 들대로 들었다며 버리질 못했는데 하며, 아쉽기도 시원하기도 한 표정으로 말문을 채 닫지를 못하며 아내는 한편 눈가에 너무 좋아 하는 모습이 여실 했다.

아니 몇백만원도 아니고 몇십만원도 아닌 겨우 1만원 내외의 물건인데!

칠순을 앞두었으면서두 마치 여덟살 아이 소풍 갈때 같이 청순한 잔잔한 미소가 왜 그치지 안을까

값으로는 어떤 계산기도 따질 수 없는 헐움한 국자가 묵언(默言)으로 미련한 나에게 호수같이 잔잔한 감동과 산같은 큰울림을 줄줄은!





이건원. 강원 강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