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실천 hk****2018.08.15

배운 게 없다 보니 늘 그렇게 가난한 삶만을 강요당했다. 가난이 지독했기에 중학교조차 진학하지 못 했다. 홀아버지 역시 가난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병원 한 번을 제대로 못 가 보시고 작고하셨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여 두 아이를 보았다. 못 배운 게 한이 되었기에 자녀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도둑질만 빼곤 뭐든 하기로 작심했다. 그처럼 지독한 각오와 실천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주었다.

재작년에 딸이 먼저 결혼했다. 이어 올 봄엔 아들도 예식장의 멋진 연미복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게 훌륭한 짝을 만나 결혼까지 했기에 이제 기다리는 건 손자와 손녀다. 다음 주 일요일엔 처형의 손자 돌잔치가 있다.

벌써 손녀와 손자까지 본 터라서 자식농사로선 가장 ‘부자’인 분이다. 이 자리에 아들내외는 오겠지만 딸과 사위는 오지 말라고 했다.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든 딸인지라 아내가 건강을 고려해서 못 오게 한 것이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내가 딸에게 용돈 좀 보내주라고 했다. 출근하자마자 얼마간의 돈을 송금했다. 생각 같아선 많이 보냈음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미안했다.

어쨌든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것이 낫다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처럼 ‘백언불여일행(百言不如一行)’ 또한 그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에 소액의 송금만으로도 조금은 뿌듯했다.

‘백언불여일행’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낫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딸에게 조금의 용돈이나마 보내주는 것 역시 말로만 수고가 많다느니 고생한다느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리라.

박봉의 경비원으로 근무하자니 항상 경제난에 쪼들린다. 그럼에도 늘 당당함을 잃지 않는 까닭은 주변사람들의 이구동성 칭찬인 ‘자식농사’에 성공한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왔고 직장 역시 누구나 인정하는 곳에 재직 중인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반면 나는 딱히 내세울 것도, 또한 자랑할 것 역시 없음에 부끄럽다. 설상가상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인 일모도원(日暮途遠)까지 찾아왔다.

내년이 나로선 정년퇴직하는 해(年)인 까닭이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촉탁직으로 근무 연장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아니하다면 또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야근을 할 때면 지금도 글을 쓰는 데 열중한다. 그렇게 써온 글이 책으로 발간하면 4권 분량이나 된다. ‘백언불여일행’의 또 다른 실천이다. 천사표 출판사 사장님과 인연이 닿아 출간으로 이어지길 소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