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한결 같은 마음 jk*****2018.08.23

몇 달 전 부터 새벽에 일찍 일어나 동네 뒷산을 오르며 악수터도 다녀오고 운동기구도 사용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시작했다. 그간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당장 실천에 옮기니 몸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고 일의 능률도 오르고 생활의 활력소도 생기는 것 같아 참 좋은 것 같다.

매일 새벽 같은 시각에 오르니 늘 마주치는 동네주민들과 어르신들 낯이 익게 되고 그 분들과 가벼운 목례와 함께 인사를 나누면서 때로는 세상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커피나 차를 나누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 된 것 같다. 그 분들 중에서 칠순 정도 되시는 백발이 성한 어르신이 유독 눈에 띄게 되었다. 얼굴에 주름도 가득하시고 걸음걸이도 약간 불편하신 것 같아 보행보조기가 없으면 못 걸을 정도로 보이신 분이셨는데 그런 선입견과 주위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열심히 아령과 윗몸 일으키기도 하시고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역기를 힘차게 드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운동 폼이 자연스럽기 보다는 어딘가 억지로 힘들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람들이 그 어르신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기 보다는
'무리 하지 마시라' 고 걱정스레 말을 건네는 것이다.
어느 날 엔가도 힘들게 역기를 들다가 그만 떨어뜨리셨고, 약간 다치셨는지 허리를 감싸는 모습이 내 눈에 목격되었다.

" 어디 안 다치셨습니까?"

크게 다치신 것 같아 걱정스레 물어봤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 운동하시는데 조금 무리하시는 것 같네요. 어르신이 감당할 정도로 가벼운 것 부 터 시작 하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

라고 말을 건넸더니 그때서야 왜 이렇게 운동에 집착하고 무리를 하고 계신것인지 좌초지종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일 년 전에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 신세가 되었다. 아들이 자식과 부모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이제 내가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체력을 길러야 하고 다소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그 어르신 말씀의 요지였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다 끝에는 말씀을 약간 흐리시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은 끝내 주체하실 수 없는 모양이셨다.

" 그래도 적당히 하셔야죠. 그러다 다치시면 아무것도 못하시니.."

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어르신의 모습을 뵈니 순간 고향에 계신 아버님 생각이 절로 나게 된다. 아버님도 이 어르신과 비슷한 나이신데 아직도 지게 지시며 과수원 일을 계속 하고 계신다. 이제 그만 하시라고 말씀도 드리고 용돈도 섭섭지 않게 드린다고 생각했건만, 자신의 한 몸 편안것보다 자식들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걸 숙명으로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은 어느 부모님들에게나 그리고 고금막론의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어둠이 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 이부자리에 있었으면 깨닫지 못할 소중한 경험과 교훈들을 얻게 되니 왜 사람들이 약수터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고 자주 오려고 하는건지 잘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