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의 상쾌함을 즐길 줄 아는 여자 fh******2018.11.15

어렸을 때는 부모님 시키는대로 공부해서 대학을 가고 졸업해서는 취업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치열할 것도 없는 삶이랄까... 남들이 대기업, 공기업 취업을 위해서 토익공부를 할 때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일만 하고 살래~' 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답니다. 그리고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신랑이 벌어오는 많지 않은 월급 아껴가면서 아이들을 내 손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말이죠. 그렇게 10년을 살았지요.
아이를 학교에 입학 시키고 나니 주변 엄마들이 이제 하나, 둘씩 일을 시작하더라구요. 그리고 친정 아빠의 잔소리. 명절만 되면 형제들이 모였을 때 다들 자기 분야에서 한 자리씩 차지해서 멋지게 일하고 있는 모습. 우울해지더군요. 신랑은 혼자 벌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중에 들으니 어디가서 돈 백만원이라도 벌어오면 좀 여유 있겠다 했다네요.^^
이렇게 우울해하기만 하면 변하는 것은 없겠다 싶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젊었을 때 했던 일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고 아이들때문에라도 이왕이면 퇴근 시간 빠른 학교일이 하고 싶었고 교육청 공고를 찾아서 수십번의 서류심사와 면접을 보러다니다가 드디어 '과학실무사'로 채용이 됐습니다. 출근길이 한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이들이랑 신랑 챙겨놓고 나오는 출근길이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한달 두달 월급을 받고 적응을 하다보니 아침에 출근하는 시간이 그렇게 상쾌하고 즐거울 수가 없네요. 출근 시간 여유 있는 신랑이 아이들도 잘 케어해주고 있어서 편해지기도 했고, 정말 고마워요.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제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면 더 좋은 일들도 생기겠지요.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하네요. 아침에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생각합니다. '열심히 살자. 이건 내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