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다. rm******2018.11.24

“여보, 여기 도시락이요. 오늘도 열심히 하고 와요.”
배웅하는 아내에게 웃음으로 답을 하고 집은 나선다. 어깨에는 백팩을 메고. 예순이라는 나이가 주는 어감이 묵직한 것은 사회활동이 끝났다는 생각 때문이다.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쉬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활동으로 소일삼아 보내곤 한다. 반면 나는 요즘 수험생처럼 책상 앞에 앉아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주택관리사 합격을 꿈꾸며. 다행히 시험과목이 내가 전공했던 분야와 맞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주변에서 2년도 채 되지 않는 공부기간으로 시험에 합격해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업했다는 사실은 정신을 번쩍 나게 했다.
노후를 잘 보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가야 할 직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을지.
솔직히 말하면 퇴직하고 나서 내가 해왔던 계통으로 일을 찾았지만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니 만족과는 거리가 먼. 후배가 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일로, 월급이라기보다는 용돈을 받는 게 전부였다. 그 마저도 올해부터는 경기가 어려워 후배를 찾는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된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시험공부에 전념하게 된 때가.
이른 아침을 먹고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오전 공부를 하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오후 공부를 하고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오는 이 생활이 아직도 버겁기만 하지만 무조건 해내는 것으로 버티어나가고 있다.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칠 때면 합격의 기쁨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렇게 합격하고 나면 나는 자신 있게 도전할 것이며 꿈을 이루어나갈 것이다. 그 누구보다 당당한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