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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독자글마당
독자글마당 2019.08.01 ~ 2019.12.31당첨자 발표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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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만두의 추억 soya***2019.01.24

나는 땅끝마을로 유명한 해남 태생이다. 시골 아이들이 그렇듯 정말 지긋지긋하게 부모님의 손과 발이 되어 농삿일을 도왔다. 7남매중 4째인 나는 공부한다고 도회지로 나가버린 언니와 오빠를 대신해 어린 동생들과 시골집을 지키며 부모님과 생활했다. 농삿일이 많은 부모님은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 바쁘셨고. 나는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거나 저녁밥을 하고 주말엔 부모님을 따라 산과 들로 일을 다녔다. 어떤 날은 농삿일이 지겨워 부러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인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그 당시 학교앞 분식집에서는 떡볶이와 오뎅 그리고 찐빵과 만두를 빚어 파는 가게가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우리들은 부리나케 분식집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가난한 우리들은 가격이 저렴한 떡뽂이와 오뎅을 주로 사 먹었다. 맛나기로는 만두가 으뜸이었지만 용돈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라 만두를 사 먹기엔 돈이 부족했다. 당시 분식집 아저씨가 빚어내는 만두 맛은 가히 예술이었다. 특히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져 나오는 군만두를 노란 단무지에 얹어 먹으면 정말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하루는 동네 친구가 우리집에 찾아왔다. 친구는 농번기철이라 일손이 딸려 마늘밭 작업을 갈 인원이 없다며 같이 가자고 나를 꼬셨다. 용돈이 생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부모님을 대신해 집에는 돌보아야할 동생들이 있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나는 어린동생들도 내팽개치고 친구를 따라 나섰다. 그런데 일이 될려니 작업을 시작한 지 두어시간 지났을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다. 더이상은 작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고 우린 몇 시간 일한 품삯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앞마당에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순간 덜컥 겁이 난 나는 친구집으로 냅다 도망쳤다. 다음 날 하교후 나와 친구는 어제 받은 품삯으로 군만두 다섯 접시를 시켜 나눠 먹었는데 지금도 그 때 먹었던 군만두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