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나의 거짓말 js*****2019.04.01

예전에는 만우절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교복을 입고, 그 때는 만우절이 되면 교실을 바꾸거나 선생님을 속이는 일로 하루 종일 웃음으로 보내곤 했었다.
그와는 달리 나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거짓말이 있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아버지는 시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투박한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막내였던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셨다. 그래서 내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아버지는 내 발에 구두를 신겨주셨다. 아버지는 남자 구두를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신는 구두는 멋과는 상관없이 투박한, 그러면서도 튼튼해서 무거웠다. 반면 나는 다른 친구들이 신고 다니는 하얀 운동화가 신고 싶어 엄마를 졸랐지만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끊이지 않는 잔소리와 묵묵한 아버지의 웃음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새 학년이 되어 새 구두를 신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새로 전학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나는 한 번도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는데 한 번 바꿔 신어볼래?”
그 친구의 말에 나는 주저 없이 바꿔 신었고 우리는 은근한 눈빛으로 협상을 이루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문제는 아버지께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하는 걱정이었다. 결국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있던 커다란 쓰레기통에 신발주머니를 집어넣고 집으로 와서는 거짓말을 했다.
“운동장에 나가느라 실내화를 신고 놀았는데 와보니까 구두가 없어졌어. 누
가 가져갔나봐.“
“너는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여? 원, 누가 멀쩡한 남의 신발을 가져
간다는 말이야. 선생님한테 말씀은 드린 거여?“
엄마의 짜장한 잔소리를 흠뻑 듣고 난 후에야 나는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시장으로 가서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셨다. 그렇게 신고 싶어 하던 하얀 운동화를.이제는 더 신고 싶어도 신을 수 없는 아버지의 구두. 투박하고 무겁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있던 구두를 다시 신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