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 좋은 사람들의 생활정보 시장 [B3]
HOME > 벼룩시장 기사보기 > 읽을거리
지역벼룩시장 바로가기

읽을거리

[독자글마당] 어느 봄날의 이사 2017-03-02

 

 

공직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께서는 유난히 지방순환근무가 많았다. 우리 집 역시 그런 아버지를 따라 이삿짐을 싸야 할 일이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던 나는 이사를 다니면 차를 탈 수 있고,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를 다녔던 형과 누나는 동네 친구, 학교친구와 만나자 마자 이별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이사 가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았다.

이미 이사를 가기로 결정한 이상 가족들은 모두 합심해 이삿날만큼은 모두가 열심히 전문 일꾼이 되어 이삿짐을 나르고는 했다.

그렇게 이사를 또 되풀이해야 했던 어느 해였다. 봄비가 내리던 날 가족들은 모두 열심히 이삿짐을 포장한다고 정신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보이시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찾아보라고 해서 내가 집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다. 그러던 중 문득 집 뒷 마당에 심어 놓은 상추·토마토·가지 들을 열심히 가지치기 하던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지난 겨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열심히 흙도 골라서 심었던 것인데 두고 가야 했다. 두고 가는 마당에 굳이 손보지 않아도 될텐데 아버지는 왜 그런 고생을 바쁠 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우리가 못 먹더라도 여기 새로 이사 온 분들과 이웃들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오늘 열심히 와서 도와주는 이웃 친구들도 많이 먹을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구나.”

묵묵히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셨던 것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시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한결 같으셨다. 퇴근 하고서 동네 앞 슈퍼에서 이웃분들과 막걸리 한잔에 장기 한판 두는 걸 좋아하시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마도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동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했고 떠날 때마다 이웃들과 이별에 대한 애잔함과 아쉬움, 그리고 그 상실감이 크지 않으셨을까 싶다.

 

 

<유☆욱, 010-****-0766>

 

 

 

 

목록보기

독자의견

내용(0) 아이디 작성일
의견쓰기
의견쓰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