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 좋은 사람들의 생활정보 시장 [B2]
HOME > 벼룩시장 기사보기 > 읽을거리
지역벼룩시장 바로가기

읽을거리

[독자글마당] 퇴근길 2017-08-09

 

 

 지금 나는 남편을 마중하러 가고 있다. 지난 해, 갑자기 회사를 퇴직한 남편은 한동안 전전긍긍하더니 봄이 시작될 무렵부터 지인의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일을 한다기보다는 도와준다는 의미로, 월급 대신 용돈을 받는 정도로 말이다. 손에 쥔 것은 없어도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살아온 남편,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해주는 아빠, 그러나 정작 자신을 위한 여유가 없어 언젠가부터 남편이 초라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런 남편의 직장 생활에 작은 문제가 있다. 퇴근 후 술 한 잔 하다 보면 막차를 탈 때가 있는데, 집 근처 역에 내리면 시내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할증요금이 붙어 택시비가 오천 원 정도 나오는데, 예전 같았으면 그냥 타고 왔겠지만 지금은 걸어온다. 역에서 집까지 거의 40여분 동안을 말이다.

 

 “택시비가 할증이 붙다 보니 너무 많이 나와. 그래서 운동도 할 겸 걷기로 했어. 좋던데?”

어느 날,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들어온 남편의 머쓱한 표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남편의 늘어진 어깨도. 그리고 그날 밤,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하던 일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해야 하고, 그런 현실이 답답해 술 한 잔 마시며 마음을 비워내고, 혼자 터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의 지친 발걸음.나는 남편이 역에 내릴 시간쯤이면 마중을 간다. 함께 걸으며 지친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정작 남편은 내가 너무 많이 걷지 않도록 혼자서 한참을 걸은 후에야 나오라는 말을 한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서로 다독여주게 된다. 그러면서 내일에 대한 희망도 갖게 된다.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지만 저쪽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다. 그래도 나는 서운해 하지 않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남편은 손을 흔드는 나를 보고 웃었을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환한 모습으로.

 

 

정☆옥 <010-****-0917>

 

목록보기

독자의견

내용(0) 아이디 작성일
의견쓰기
의견쓰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