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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글마당] 아버지의 웃음을 그리며 2017-11-30

 

 

 “아빠, 쓰지도 않는 카메라는 왜 손질 하는 거예요?” 내 옆으로 앉는 아이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이 카메라 비싼 거예요?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이 카메라가 얼마나 비싼 카메라인데. 아마 억만금을 주어도 사지 못할 걸?“ 내 말에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카메라는 할아버지께서 아빠한테 사주신 거야. 그러니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카메라지.“ 나는 카메라 렌즈를 닦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렌즈 사이로 아버지의 웃음이 보였다. 돌아가신지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아버지, 한평생 작은 구둣방에서 구두를 만드셨던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는 거인 같은 존재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사진부 써클 활동을 했었다. 멋모르고 들어간 사진부에서 처음으로 만져본 카메라의 감촉과 렌즈를 통해 바라본 또 하나의 세상, 그 즐거움에 푹 빠지게 되었다. 나도 나만의 카메라가 갖고 싶어졌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고 2학기 때 아쉬움만 가지고 써클을 옮겼다.

 

 2년 후,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어느 날, 일찍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나에게 봉투를 건네 주셨다. 그 봉투 속에는 보기에도 근사한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그 동안 나에게 카메라를 사주지 못한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계셨다는 사실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리고 그 카메라로 아버지를 찍었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내심 기분 좋아하셨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은 곁에 있을 때와는 다른 특별했고 그래서인지 셔터를 누른 손길이 조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아마도 사랑 때문이리라.

 

 그리고 아버지는 그 흔한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신 채 돌아가시고 말았다. 내 마음 속에 아버지는 힘들고 어려웠던 모습보다는 카메라 속의 사랑을 가득 담아주셨던 따뜻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가만히 셔터를 눌러 본다. 아버지의 웃음을 그리며.

 

정☆민 <010-****-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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