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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글마당] 할머니의 비빔국수 2018-03-14

 

 학창시절 우리 부모님께서는 시장으로 일하시러 가셨기 때문에 늘 우리 남매의 간식이며 저녁식사는 할머님께서 준비해주시고는 하셨다. 특히나 봄철에는 봄동, 달래와 같은 제철나물을 간장과 고추장에 잘 버무려 만든 비빔 물 국수를 자주 말아주시곤 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먹고 나서도 입가에는 얼얼한 매운 맛이 가시지 않아 물을 여러 번 들이키는 것도 모자라 혀를 쑥 내민 채 바깥 바람에 매운 혓바닥을 달래던 기억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매운 맛의 비빔 물 국수는 그 자체의 맛도 일품이지만 뒷마당 장독대에 잘 담가 놓았던 무절임 특유의 쫄깃쫄깃함과는 참 잘 조화가 되었던 것 같다.  

 

 나른한 봄철, 입맛이 없을 때면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기도 하고 또한 신진대사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을 할머님의 매운 국수 덕분이었을까, 난 밤 늦게까지 아이들과 골목길에서 뛰어 놀아도 지치는 줄을 몰랐다. 남들 다 한다는 그 흔한 병치레도 안하고 병원 신세 한 번 안 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시장으로 일 나가신 부모님 대신 우리 다섯 남매의 먹거리 준비와 집안 살림 하시느라 고생하셨을 할머니의 손은 늘 물 마를 새가 없었고 하루 종일 잠시라도 편히 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난 지금도 입맛이 별로 없을 때 주변의 유명하다는 국수가게를 찾아가서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려 보려고 하지만 할머님께선 직접 말아주시던 국수 맛과 담가 주셨던 무절임의 맛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할머님께서 말아주시던 국수 맛을 느낄 기회도 그리고 우리들을 위해 고생하셨을 할머님께 효도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국수 맛만큼이나 코 끝 찡하게 매웠던 아름다운 봄날의 추억이 나에게 있다는 것은 충분히 축복 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해 보게 된다.

 

전☆욱 <010-****-7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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