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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글마당] 노오란 봄
[독자글마당] 노오란 봄 2018-04-04

 

 봄, 아파트 입구 화단에 무리 지어 있는 개나리꽃을 보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빛 바랜 모습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봄 여행의 추억이 살포시 고개를 든다.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아버지는 작은 구둣방을 하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투박해진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넷이나 되는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여행은커녕 나들이조차 쉽지 않았었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봄 여행을 가게 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버지와 단 둘이서. 말이 여행이지 실은 춘천에 있는 외삼촌댁에 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서울을 벗어나 기차를 탄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기분 좋게 덜컹거리는 기차에 앉아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에 넋을 잃기도 하고 아버지를 졸라 김밥, 사이다와 삶은 계란을 먹고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나는 아버지 등에 업혀 있었다. 등 뒤로는 춘천 역사의 하늘이 파랗게 펼쳐져 있었고, 주변 철길을 따라 개나리며 진달래 같은 꽃들이 이어져 피어 있었다.

 

 아버지는 외삼촌댁에 가기 전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곳에서 남아있던 김밥과 사이다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네를 밀어주시기도 하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나를 받아주시기도 하고, 아버지는 내가 노는 동안 벗어놓은 구두에 개나리꽃을 가득 담아 놓으셨다. 그 개나리꽃을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머니 속에 담아 두었다. 하룻밤 자고 집에 돌아왔을 때 주머니 주변이 노랗게 꽃물이 들을 때까지.

 

 한평생 구두 만드느라 그 흔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 기억 속의 아버지는 내 구두 속에 개나리꽃을 가득 담아주었던 따뜻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올 봄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야겠다. 행복의 향기가 넘치던 봄 여행의 추억과 함께.

 

정☆옥 <01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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