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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글마당] 밤 마실
[독자글마당] 밤 마실 2018-04-11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모른다. 평소엔 미터기에 신경을 쏟았겠지만 오늘은 계속 걸리는 신호가 신경 쓰였다. 엄마를 찾을 아이들, 시계를 바라보며 화가 나있을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애가 탔다. 조용한 휴대폰을 손에 땀이 나도록 꼭 쥐었다.

 불과 두 시간 전이었다. 문을 나서니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후려쳤다. 마치 나를 혼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는 바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지금 돌아간다면 아마도 10년 안에는 이 시간에 나올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남들에겐 별다를 것 없는 밤 약속이겠지만 나에겐 8년 만에 주어진 귀중한 시간이었다.

 먼저 자리 잡은 지인들이 알려준 장소로 찾아갔다. 문을 열면 바로 앞에 보일 줄 알았는데 가게 구석자리에 모여 있었다. “아줌마들이라 안쪽으로 줬나봐.” 한 언니가 씁쓸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그제야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름 꾸민다고 꾸몄지만 젊음과 자유가 무기인 사람들 앞에선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분위기를 다잡으며 메뉴를 훑었다. 오늘만큼은 모든 걸 잊고 열심히 놀아보자고 했지만 우리 넷의 주제는 애들과 신랑과 살림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서 자고 있는 애들 생각이 났다. 첫째는 아직도 자다가 엄마를 찾는 겁쟁이 인데다 둘째는 감기기운까지 있었다. 내가 걱정을 하자 다들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타박을 했다. 하지만 다들 나랑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우리는 2차로 가자던 노래방을 다음으로 기약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려 정신 없이 달렸다. 비밀번호를 빠르게 누르고 들어가니 집은 조용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자고 있었나 보다.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남편이 나를 흘끗 보면서 한마디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벼르고 나가더니”, “그러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김민옥 <010-****-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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