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과 성인병, 병도 달라진다 2015.02.07

우리는 삼, 사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인생은 50’이라고 했고 70세는 대단히 드물다고 해 ‘고희(古稀)’라고 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은 평균 수명이 71세가 됐고 어디를 가나 80대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되니 중대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의 종류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문자를 쓰면 ‘상병구조(傷病構造)’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전에는 폐결핵, 장티푸스, 폐렴, 이질, 화농증 등의 균에 감염돼 생기는 감염병이 주요한 사망 원인을 차지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감염병 시대는 지나가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병이 위협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혈압, 동맥경화증과 뇌졸중, 암, 심장병,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의 다섯 가지가 오늘날의 주요한 사망 원인이다.

혹, 독자 중에도 혈압이 높거나 당뇨기가 있는 분은 이제는 죽을 병이 생겼구나 하고 가슴 뜨끔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치게 예민한 생각이며 그렇게 겁낼 필요가 없다. 중년 이후가 된 사람치고 약간 혈압이 높거나 당뇨 기운이 있는 정도는 일반적인 노화 현상의 일종이다.

40대 후반이 되면 누구나 노안(老眼)이 생기기 시작해 명시거리(明視距離)가 멀어지고, 차츰 치아가 약해지기 시작하며 정력도 전보다는 떨어져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큰 병이 생겼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혈압이나 당뇨도 그와 같은 노화 현상의 일종이므로 어떻게 하면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가느다란 혈관에 수십년 동안 혈액순환이 되다 보면 혈관에 때가 끼어서 동맥협착증이 생기고, 동맥 내벽에 때가 끼어 혈액과 접촉이 되지 못하면 혈관이 변성을 일으켜 동맥경화가 생긴다. 혈관을 통해 혈액순환을 시키자면 전보다도 압력을 높여줘야 한다. 따라서 혈압이 나이와 더불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당뇨만 하더라도 중년 이후가 되면 육체적 활동량이 적어져서 필요한 칼로리가 적어도 괜찮은데, 젊었을 때처럼 식사를 하면 필요 없이 많이 흡수된 칼로리를 소변의 당으로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뇨는 필요 없이 많이 먹지 말라는 경계경보 또는 자동제어(自動制御)의 발동이라고 생각해 고맙게 여겨야 할 것이다.

성인병의 특징

앞서 열거한 오늘날의 상병구조인 다섯 가지 병을 통틀어서 성인병이라고 한다. 중년 이후의 사람에게 생기는 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발생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심지어는 초등학생들에게도 생긴다. 식생활이 자연식을 떠나서 가공식품이 많아지고 지나치게 칼로리 섭취가 많아 비만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성인병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병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다. 뚜렷하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이 생겨서 진행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감염병은 대체로 급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한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성인병은 되도록 조기(早期)에 발견해야만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 체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둘째는 무슨 원인 때문에 그 병이 생겼는가를 분명하게 가려내기가 힘들다. 보통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 운동 부족, 술, 담배, 과로, 스트레스 등이다.

셋째는 어느 한 가지 병이 생겼을 때는 다른 병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이 생겨나는 것이다. 성인병은 신체의 신진대사가 나빠져서 생기는 퇴행성(退行性) 만성병이기 때문이다. 마치 사회의 기강이 문란해지면 여러 가지 범죄가 한꺼번에 많아지는 것과 같다. 당뇨병이 생기면 혈압, 심장, 간장 등에도 이상이 생긴다.

넷째는 성인병은 일단 생기면 완전히 고쳐서 옛날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기가 힘들다. 진행 속도를 되도록 느리게 하는 것이 치료다. 성인병이 생겼더라도 진행 속도를 느리게 하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만 하면 성인병이 있으면서도 건강과 장수를 누릴 수 있다. 그러려면 치료법이 일시적인 대증요법(對症療法)이 되지 말고 원인요법과 아울러 생활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성인병의 치료 원칙

성인병을 일명 현대병 또는 문화병이라고 한다.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의 도시 집중 생활을 하는 환경에서 생긴다는 뜻이다. 아직도 공업이 발달되지 못한 전원목가적인 나라에는 성인병이 많지 않다. 도시생활의 스트레스, 공해, 식생활의 가공식품화 등이 문제가 된다.

또 인조병(人造病)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성인병이 팔자소관이나 운명 때문에 또는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활 가운데 원인이 있어서 자업자득으로 생기는 병이라는 뜻이다. 이것만 철저히 안다면 성인병을 무턱대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현대 의학이 총력을 집중해 성인병이 생기게 하는 원인을 탐색하고 있다. 아직 완전하게 다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이라도 익혀서 병의 원인이 되는 생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첫째는 성격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어 성격병(性格病)이라고도 한다. 모든 일을 철저하게 완전무결하게 하려는 것까지는 좋지만 지나치게 경쟁심이 많아서 언제나 마음이 불안하고 조바심 가운데서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 생활은 지양해야 한다. 제갈량이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이라고 했는데 ‘최선을 다해서 일을 꾸미고 추진시키되, 성사되고 안 되는 것은 운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겠다. 초조함과 조바심, 스트레스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연구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둘째는 습관병(習慣病)이라고 하는데 사람마다 습관이 있게 마련이지만 너무 괴팍스러운 편벽된 습관은 건강을 해친다. 불규칙한 생활, 술·담배 등 기호식품에 대한 탐닉, 지나친 편식(偏食) 등의 좋지 못한 습관은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일지라도 나쁘다고 깨달았으면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우리의 의식구조는 ‘세 살 적 버릇이 여든 살까지’라고 해 자기의 습관을 고집하는 것을 마치 자랑스러운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은 나날이 새로 거듭나는 ‘일신일신 우일신(日新日新 又日新)’의 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는 ‘식원병(食原病)’이라고도 한다. 하루 세끼 한평생 먹어야 하는 식생활이 성인병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개념이 자연식이니 건강식이니 하는 것들인데 그것을 잘못 해석해 상업주의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글: 김두환(성신한의원원장)

기사 제공: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