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힐링 클래식’ 2015.02.07

음악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 편안하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치료나 회복의 도구로 이용돼 왔다.

특히 30분간의 클래식 감상은 신경안정제의 일종인 발륨 10㎎의 효과와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클래식은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김혜란 바이올리니스트가 상황별 맞춤형 클래식을 추천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을 풀 때 들으면 좋은 클래식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협주곡 21번 K.467 중 제2악장

모차르트가 1785년에 작곡한 C장조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그의 다른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세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2악장은 제1악장의 어두운 비극적인 기분과 대조적으로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화음에 찬 선율이다. 장교와 서커스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엘비라 마디간, 1967년 작>의 OST로도 유명하며 강약의 조절이 완만하게 펼쳐져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중 제1·2악장

말러가 작곡한 첫 번째 교향곡으로 1884년부터 1888년에 걸쳐 만들었다. 제1악장의 시작은 마치 지평선 너머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줘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제2악장은 말러가 자신의 뿌리인 유대인의 민속적인 요소를 가미한 느린 행진곡으로 마치 로마 순례를 떠난 듯한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스트레스받을 때 들으면 좋은 클래식

안토닌 드보르작 교향곡 No.9 ‘신세계로부터’

드보르작이 미국에서 3년간 체류할 때 미국 전통의 멜로디를 듣고 이를 자신의 국민악파 악풍과 결합해 만든 작품이다. 제1악장부터 제4악장까지 세상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으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이 세상을 모두 소유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제2악장에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음절이 숨어있다. 마지막은 매우 힘차고 뜨거운 악장으로 위대한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파블로 드 사라사테의 ‘자파테아도’ ‘나바라’ ‘카르멘 환상곡’

사라사테는 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이며 작곡가다. 그는 바이올린 곡만을 작곡했는데 ‘자파테아도’는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코에서 구두로 바닥을 세게 또는 가볍게 치는 기교를 지칭하는 ‘자팟’에서 유래된 말로 기분을 전환하는 데 좋다. 바이올린 독주곡인 ‘나바라’는 사라사테가 스페인 집시들 사이에 전해지는 각종 무곡을 소재로 해 여러 가지 기법과 표정을 더했다. 바이올린 두 대가 오케스트라 또는 피아노와 반주되는 매우 화려한 곡이다. ‘카르멘 환상곡’은 오페라 카르멘에서 영감을 얻어 사라사테가 바이올린 기교를 섞어 여러 극적인 요소를 넣어 재미있게 만들었다.

장거리 이동 때 들으면 좋은 클래식

프란쯔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

슈베르트가 죽기 2년 전인 29세 때 완성된 작품으로 그가 작곡한 현악사중주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곡이다. 영원한 잠으로서의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의 의미가 담겨 있는 슈베르트 음악의 핵심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걸작이다.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영화 <진실, 1995년 작>의 OST로 사용되는 등 우리들의 귀에 익숙한 작품으로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에 매우 좋다.

림스키-코르사코브 ‘셰헤라자데’

러시아 국민악파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며 근대 관현악법의 대가인 림스키-코르사코브가 유명한 아라비아 설화 <천일야화>에 자신의 상상을 가미한 작품으로 1888년에 완성했다. 주제 자체가 환상적인 데다 변화무쌍한 음과 풍요로운 짜임새 등 림스키-코르사코브의 재능을 확실히 보여준다. 특히 ‘셰헤라자데’를 표현하는 바이올린 독주가 너무나 아름답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이동 시에 들으면 긴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모리스 라벨 ‘볼레로’

라벨은 클로드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근대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볼레로’는 라벨의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그가 남긴 곡들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리듬으로 단조롭게 이어지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들어도 좋다.

마음을 다스릴 때 들으면 좋은 클래식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모차르트가 1784년에 작곡한 6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네 번째 곡으로 자신의 제자인 바르바라 폰 플로이어를 위해 지었다. 이 곡은 명료하지만 우아한 양식으로 익살스럽고 사랑스러운 운율, 밝고 평온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등 승화된 모차르트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다. 20세기 프랑스의 대 작곡가인 올리비에 메시앙은 이 곡을 “모차르트가 쓴 작품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다양성 면에서나 강한 대비를 이루는 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게자 안다(1921~1976년)의 음반을 들으면 이 곡의 묘미를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이탈리안 협주곡

고전음악의 시초인 바흐의 피아노 솔로곡으로 매우 단아하면서도 수학적인 움직임과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작은 우주를 느낄 수 있다. 피아노 연주가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재미있게 퍼즐을 풀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평소에 들으면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교향곡 제40번

모차르트 최후의 3대 교향곡 중 하나로 중고등학교에서 쉬는 시간의 알림과 광고 음악 등에 널리 쓰여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매우 유명하다. 이 곡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맑게 해주고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등 긍정과 용기를 심어 준다. 프란쯔 슈베르트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며 “천사의 음성이 들린다”고 감동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아침에 들으면 좋은 클래식

프란쯔 슈베르트 교향곡 제2번

1814년 슈베르트가 작곡한 것으로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아침에 들으면 상쾌함과 눈부신 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슬이 연상된다.

펠릭스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1829년부터 1831년 유럽 여행을 했던 멘델스존이 이탈리아의 풍경과 분위기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작곡했다. 시작이 매우 화려하며 폭포가 바로 눈앞에서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제 1~4악장이 활기차고 재미있다.

잠자기 전에 들으면 좋은 클래식

클로드 드뷔시 ‘바다’

인상주의 작곡가인 드뷔시가 1903년과 1905년 사이에 쓴 곡으로 바다를 음악으로 심오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난해할 수도 있지만 여러 번 들으면 파도와 물보라, 고요함과 폭풍 등 바다의 모든 표정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다를 연상하면서 들으면 더 좋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

베토벤이 남긴 다섯 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곡은 시적이고 장엄하며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상상력이 풍부한 피아노 독주로 조용하고 단아하게 시작하는 것이 압도적이다.

글: 박준용/ 도움말: 김혜란 바이올리니스트

기사 제공: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