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달랑 남으면 노후 생활비는 어떡하지? 2015.02.24
은퇴 후 별다른 소득 없이 다달이 생활비를 빼 쓰다 보면 언젠가는 금융 자산이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바닥에 도달하는 시기 또한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남았을 경우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양 조건으로 주택을 증여할 경우
먼저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고 부양을 약속 받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자녀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일단 부모로부터 더 이상 받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식은 부모 봉양에 소홀해질 수 있다. 이럴 때 부모는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자녀 명의로 옮겨 준 후 자녀와 함께 살게 됐지만 이미 돈이나 아파트의 명의를 갖게 된 자녀가 제대로 부양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자녀를 상대로 부양료 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소송에서 이기려면 부모 부양을 조건으로 증여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부양을 하겠다는 약속을 제3자가 듣고 증언을 하거나 정황상 증거가 있어도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부모 부양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는 무효’라는 내용을 담은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 두면 좀 더 확실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식에게 주택을 파는 경우
부모와 자식 간 효도 문제까지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부양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낯설게 다가오는 일이다.
또 자녀에게 집을 물려줄 경우 증여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하는 재산 가액이 5000만원이 넘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럴 때는 증여 대신 자녀에게 주택을 매매할 수 있다. 자녀는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고, 부모도 주택이 한 채뿐이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거래를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주택을 물려주면 이를 증여로 보지 매매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고 생활비를 받아 쓴 것이 증여가 아니라 매매라는 판례가 나왔다.
2010년 6월 허모(49)씨는 어머니 소유인 아파트 1채를 자기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지난 2002년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하고 10년간 매달 120만원씩 지급한다는 매매 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허씨는 2013년 1월까지 총 6910만원을 아버지 계좌에 입금했고, 아파트를 담보로 한 부채 6200만원도 인수받았다. 총 1억3000만원 상당을 매입대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허씨 가족의 거래를 두고 증여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세무당국은 지급 금액을 생활비로 간주하고 아파트 매입대금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허씨는 세무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매매 계약 인정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승소했다.
위의 사례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부동산 거래가 매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매가 인정되려면 먼저 매매에 따른 판단 근거로 ‘실제 대가’가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의 소유권을 넘겼음에도 자녀가 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이를 매매로 인정하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또 주택의 가격과 자녀에게 받은 돈이 비슷해야 매매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돈의 출처가 반드시 자녀의 재산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주택을 증여하자니 나중에 자녀가 모르는 척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기고 주택을 매매해 넘기자니 법률적인 소명 절차가 복잡하다. 이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수령하는 금융 상품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택 소유자의 나이가 60세가 넘어야 하고, 주택가격이 9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내 집에 계속 살면서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중도에 대출 이자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부부가 모두 사망한 다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이때 연금 수령액과 이자를 합한 부채 금액이 주택가격보다 크더라도 자녀들이 부족한 금액을 상환할 필요가 없지만 부부가 사망한 다음에 주택을 팔아 대출금을 청산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집을 물려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자료 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와 투자 41호>
정리: 한승영 기자 ashs@mediaw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