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숨은 보물 ‘동래’ 2015.06.10

부산에 가면 해운대나 광안리, 태종대만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약간은 생소하지만 ‘동래’ 여행은 해안가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번 여름 휴가지로 강력 추천한다!

△ 금강공원과 금정산성

부산의 전경도 보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3박자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금정산 밑자락에 위치한 금강공원이 제격이다.

금강공원은 인조적으로 잘 조성된 공원과는 달리 자연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수목원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공원이다. 울창한 소나무들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와 적절한 경사가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하지만 금강공원을 추천하는 더 큰 숨은 이유는 바로 색다른 전망대 때문이다.

부산에는 이기대 전망대, 용두산공원 전망대 등 부산의 경치를 관망할 수 있는 유명한 전망대가 많지만 그만큼 북적북적한 인파가 몰려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강공원에는 방문객들이 많지 않아 부산의 경치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바로 케이블카 안에서다.

부산의 유일한 케이블카는 바로 금강공원에 있는데 금정산성과 금강공원을 이어주는 오작교의 역할을 한다. 입장권(왕복 8000원)을 내고 케이블카를 타면 처음엔 눈에 보이는 것은 산이 전부지만 올라갈수록 조금씩 부산 동편의 풍경들이 고개를 내비친다. 케이블카가 정상에 도달하면 눈앞의 경치도 절정에 이르는데 광안대교는 물론이고 새로 지어진 영도대교,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등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경치의 감동에 한창 허우적대고 있으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하는데 여기부터가 금정산성의 초입이다.

금정산성은 총 18.8㎞로 옛 선인들의 숨결이 성곽의 동돌 하나하나에 배어 있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다양한 등산 코스를 통해 금정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성곽은 보이지 않고 산과 나무밖에 없어서 산성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첫 관문인 남문까지는 가야 비로소 산성의 윤곽을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있는 것을 먹어야 여행이 완성이 되는 법. 이곳 금정산은 흑염소고기와 오리고기가 유명하다.

남문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남문마을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촌이 있다. 아무 집이나 골라 들어가도 다 맛있다고 하니 여기서 배를 채우고 금정산성의 남은 코스를 등반하면 좋다.

금강공원을 빠져나와 온천동으로 쭉 가다 보면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막걸리를 마시러 온다는 파전 골목이 나온다. 본래 동래하면 다른 건 몰라도 파전은 들어봤을 터.

수많은 파전집 중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추천한 민속촌이란 곳에 들어갔다. 이곳은 이미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온 집이었는데 가게 내부 어디에도 증거 자료가 걸려 있지 않아 더 믿음이 가는 곳이다. 이곳은 또 산성막걸리가 유명한데 고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셨을 정도로 그 맛이 좋다.  

△ 사직 야구장과 희망통닭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장이 아닐까 싶다. 롯데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에 흥미가 없더라도 한 번쯤 방문해 볼만한 곳이다. 우선 부산 사람들의 구수한 입담과 푸짐한 인심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영화 ‘해운대’에서 설경구가 야구장에서 난동을 부렸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곳이 바로 사직 야구장이다.

가끔 영화 속 설경구처럼 비매너 관중들도 있지만 그것도 부산의 찐득한 정겨움으로 보일 수 있는 곳이다.

경기 후반에 들리는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응원가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야구장을 가면서 빈손으로 가기엔 많이 아쉽다. 야구장과 치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좋은 소식은 동래에 부산의 3대 통닭집 중 하나가 있다는 것이다. 1983년부터 시작해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곳은 그만큼 단골이 매우 많다. 통닭만큼 이곳은 닭똥집 튀김도 유명한데 배달은 안 하고 테이크아웃이나 직접 가서 먹는 것만 가능하다.

참, 올해부터 사직 야구장에 캔맥주 반입은 금지됐으니 잊지 말길 바란다.

△ 허심청과 노천족탕

동래까지 왔는데 동래온천을 즐기고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동래온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로 마그네슘, 식염천 등이 풍부해 건강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피로 해소는 물론 신경통, 류머티즘, 관절염에도 좋고 마시면 위장병 및 위장근약증에 특효라고 한다.

호텔농심에서 운영하는 허심청은 대규모의 온천 목욕탕이다. 허심청에는 장수탕, 청자탕, 동굴탕, 노천탕 등 40여종의 효능별 욕탕과 계절에 따라 천연 재료와 한방 약재를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탕을 운영하고 있다. 찜질방도 같이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동래온천 노천족탕도 이용해보자.

동래구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천족탕이 있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10시에 개장을 하는데 이곳을 지나가다 보면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줄을 서고 있는 진풍경을 포착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명절 연휴에는 휴장하니 잘 알아둬 헛걸음하지 말기 바란다.

△ 부산스포원파크 경륜장

최근 뜨는 나들이 코스가 있다. 바로 경마·경륜장이다.

예전엔 이곳은 도박장으로만 인식이 돼 부정적인 곳으로 여겨졌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경마, 경륜이란 어감 자체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방문해보면 생각보다 건전한 오락장으로 느껴질 것이다.

같이 온 사람들끼리 내기를 하거나 오락실 온 기분으로 소액의 배팅을 하며 자전거 경주를 지켜보면 더욱 짜릿함과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륜장엔 자전거 박물관도 잘 꾸며져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 주문진 막국수

부산에 사는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을 제외하곤 다 안다는 ‘주문진 막국수’를 찾아간다. 매우 유명한 곳이라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

이곳은 수육과 막국수가 주 메뉴다. 수육의 녹는 식감은 기본이고 함께 곁들여 먹는 무말랭이가 별미다. 이곳의 주인공 막국수가 등장하면 두 번 놀라게 되는데 양에 한 번 놀라고 그 다음에는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글·사진 : 부산 김현지 기자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