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이 도시, 알면 알수록 매력 있다! 2015.10.09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는 독특한 숙박시설이 있다.

‘캡슐 바이 컨테이너 호텔’이라 불리는 이곳은 2만~3만원의 요금만 내면 초췌한 여행객 신세를 면하게 하고 달콤한 휴식까지 보장해준다.

얼핏 보면 마치 교도소 같은 딱딱한 구조에 움찔하게 되지만 안에 들어가면 숙면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있다.

샤워시설이 있고 일회용품이 제공되며 모닝콜과 알람 서비스까지 있는 갖출 건 다 갖춘 말 그대로 ‘호텔’이다.

이런 명물이 공항에 생긴 건 그만큼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장거리 비행하는 승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행기 환승 시간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를 잠시 둘러본 여행자라면 발걸음을 떼기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경유지로만 생각했던 도시가 품고 있는 풍경과 즐길거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니까.

물론 잠시 이곳에 머무는 환승객들을 위해 짧은 시간 도심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버스와 시티투어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

이쯤 되면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 쿠알라룸푸르를 선택하고 싶어진다.

자, 그럼 이제 넉넉하게 일정을 세워 쿠알라룸푸르의 매력을 파헤쳐보자.

첫째 날은 도심의 주요 관광지 둘러보기.

공항에서 직행 기차를 타고 중심가 센트럴 역에 내려 모노레일을 갈아타면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에 도착한다.

관광 책자나 엽서에서 한 번쯤 봤을법한 이 쌍둥이 빌딩은 쿠알라룸푸르에서 꼭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하는 명소 중의 명소.

1998년에 완공된 이곳은 똑같이 생긴 고층 빌딩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지상 88층에 높이는 452m에 이른다.

일본과 한국 회사에서 각각 건물 하나씩을 건설했다는 것도 독특하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 회사인 페트로나스의 본사 빌딩으로, 건물 하나는 전체가 본사 건물이고 다른 건물에는 쇼핑센터와 유명 기업들의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는 기분이 어떨까. 일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만 없지만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일한다는 기분이 왠지 남다를 것 같다.

건물이 워낙 높다 보니 지상에서 두 건물을 모두 카메라 앵글에 담기가 쉽지 않다. 덕분에 바닥에 누워서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재미있다.

두 개의 건물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는 58m 길이로 이곳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대가 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데 매일 입장객 수가 정해져 있어 아침 일찍 가야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 밤에는 조명이 더해져 화려함을 뽐낸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함께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KL타워는 421m 높이다. 버스를 타고 부킷 나나스 언덕에 올라가는데 마치 남산타워를 보러 가는 기분이다.

 ‘웰컴 투 쿠알라룸푸르’ 표지판이 관광객들을 반기고 말레이시아 전통 마을을 축소해 꾸며놓은 빌리지가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페트로나스 트윈빌딩이 우뚝 솟은 도심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종교 문화를 살짝 들여다보고 싶다면 국립 모스크로 가보자. 8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고 높이 솟은 탑과 푸른색 별 모양 지붕이 눈길을 끈다.

말레이시아 독립의 상징인 메르데카 광장 주변에는 멋진 건물이 가득하다. 붉은 돔 지붕이 독특한 술탄 압둘 사맛 빌딩은 1897년에 영국 건축가가 설계한 곳으로, 지금은 말레이시아 정보통신문화부 건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의 예쁜 시계탑도 볼거리. 광장 한쪽 시티갤러리에서는 쿠알라룸푸르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입구에 있는 ‘I ♥ KL’ 조형물에서는 기념 사진도 잊지 말자.

365일 쇼핑이 즐거워지는 곳

최근 쿠알라룸푸르는 핫한 쇼핑지로도 각광 받는데 CNN트래블이 선정한 세계 4위의 쇼핑 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쇼핑센터가 가득하다.

또 해마다 11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말레이시아 이어 엔드 세일’ 기간으로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쇼핑할 수 있다.

3월에는 그랑프리 세일이 열리며 6월에는 메가 세일 카니발이 열려 쇼퍼홀릭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쿠알라룸푸르 최고 번화가인 부킷 빈탕은 낮에는 쇼핑센터 그리고 밤에는 야시장에서 온종일 쇼핑에 빠질 수 있는 곳.

이곳에 위치한 파빌리온 KL은 호텔과 쇼핑몰이 함께 있는 쇼핑센터로 할인 행사도 자주 있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6개 층에 걸쳐 자리 잡은 수리아 KLCC는 말레이시아 최대 규모 쇼핑센터로, 명품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 매장이 많아서 만족스런 쇼핑을 할 수 있다.

어딜 여행하더라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곳들을 꼭 찾아가라고 하는데, 숭가이왕 플라자는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검증된 쇼핑 장소다.

중저가 및 로컬 브랜드가 많아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지하 대형 마트에는 망고 젤리, 말레이시아 현지 커피인 알리 커피 등 특산품도 많아 지인들을 위한 선물 고민을 덜어준다.

스타힐 갤러리는 명품 매장으로 유명한 곳. 센트럴역에 위치한 쇼핑몰인 누 센트럴은 요즘 뜨고 있는 쇼핑지며, 독특한 아이템이나 감각적인 쇼핑 장소를 원한다면 파렌하이트 88을 추천한다.

부킷 빈탕 야시장 구경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꼭 쇼핑을 하지 않아도 사람 구경, 물건 구경, 먹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 야시장의 매력.

말레이시아 여성들이 입는 전통 옷과 히잡도 팔고 잘 익은 파파야와 신기한 열대 과일도 만날 수 있다. 닭튀김과 볶음국수, 소시지, 어묵 등 부담 없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도 가득하다.

바투 동굴 보고 반딧불 투어까지

쿠알라룸푸르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여러 가지 투어 중에서도 현지인들이 적극 추천해준 곳은 바투 동굴 투어.

쿠알라룸푸르 북쪽에 위치한 동굴인데 세계적인 힌두교 성지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투어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거대한 불상과 아찔한 경사의 계단이 시선을 끈다.

계단 입구에 세워진 금색 불상은 무르간신으로 힌두교의 3대 신인 시바의 둘째 아들이며 이곳 바투 동굴에서 평생 수행을 했다고 한다.

계단 개수는 272개에 이르는데 힌두교에서 사람이 짓는 죄가 최대 272개라는 것에서 착안했다.

멀리서 보면 계단이 세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단순히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 줄 알았더니 여기에도 의미가 있었다. 각각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의미하고 세 방향으로 계단을 모두 올라야 과거·현재·미래의 죄를 씻을 수 있다.

그런데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보통일이 아니므로 과거와 현재의 죄만 씻고 앞으로 더 착하게 살기로 했다.

올라가다 보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일본 원숭이도 볼 수 있다.

동굴 내부에서는 웅장함이 느껴지고 곳곳에 힌두신들을 모신 공간과 사원이 있다. 동굴 천정에 뚫린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도 신비롭다.

뭔가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반딧불 투어가 딱이다. 바투 동굴을 둘러보고 반딧불 투어까지 할 수 있는 하루 패키지는 5만원에서 6만원 정도인데 식사까지 포함되고 관광지 몇 군데를 더 들리니 알차다.

말레이시아에서 인기 많은 반딧불 투어는 깜깜한 밤에 배를 타고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 반딧불이를 보는 투어다.

세계 3대 반딧불이 서식지이기도 한 쿠알라 셀랑고르에는 마치 전구를 켜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아름다운 불빛들이 밤을 수놓는다.

글·사진 : 하상희 객원기자

사진 제공 : 말레이시아관광청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