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 시작해 미술치료사가 돼 - 미술치료사 엄정민씨 2015.10.14

미술치료사는 미술이라는 도구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이해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직업이다. 의식적인 서술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적절한 치료 기법을 사용한다.

경기도 시흥시 ‘더(The)자람 시흥센터’에서 미술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는 엄정민(46세)씨. 그녀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읽어주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미술치료사

마흔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결혼 후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해야 했던 엄씨도 처음부터 미술치료사를 희망한 것은 아니었다.

안양청소년지원센터에서 부모 교육을 받고 학생 상담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미술치료에 대해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 아이만이라도 잘 키우자는 마음에 학생 상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어야 했던 제 상황이 원망스러울 때였어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이 양육과 일을 함께할 수 없는지 답답하기만 했었죠. 그러던 중에 상담 자원봉사를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녀는 보다 체계적인 상담을 위해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아이들과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언어로 하는 상담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아이들은 아직 의사소통에 미숙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미술치료는 그림을 통해 무의식적인 심리 상태가 드러납니다. 의사소통이 어려워도, 지능이 다소 낮더라도, 상담자에게 마음을 숨기고 싶어도 그림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녀는 자원봉사를 하던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미술치료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 미술치료사가 되기 위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 보건복지부에서 인증한 사설기관에서 미술치료사 양성 과정을 수료한 후 미술심리상담사 1급을 취득했다.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

엄씨는 자격증 취득 후 자원봉사부터 시작해 경력을 쌓았다.

그녀는 실전을 통해 미술치료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장애 아동들이 있는 ‘더(The)자람 시흥센터’에 미술치료사로 취업하게 됐다.

“수업을 통해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조각·디자인 등 미술 활동을 하게 하고, 결과물을 통해 심리 상태를 진단합니다. 즉, 심리적인 문제 상황을 포착해 문제를 해결하게끔 가이드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술치료는 언어 이전의 사고 과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내담자의 자기 방어를 감소시킬 수 있어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또 미술 활동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센터에서 매주 집단 미술치료 수업 시간에 만나는 아이가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어요. 그랬던 아이가 미술 활동을 통해 마음을 읽어주다 보니 어느새 가장 열심히 미술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변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간혹 미술치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불신으로 아이들의 치료를 중단해야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오히려 아이보다 보호자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경우다.

“모든 일이 그렇듯 보람 있을 때도,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러나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극복하려면 진심으로 미술치료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끝까지 함께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분에게 미술치료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리: 박미영 기자 na2000@mediawill.com

자료 제공 : 경기여성정보웹진 우리(WoORI)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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