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이 사랑하는 도시, 스위스 바젤 2015.11.16
스위스 북부에 위치한 아담한 도시 바젤.
독특하게도 프랑스,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스위스인 듯 아닌 듯 묘한 매력을 풍긴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3개국을 하루에 여행할 수 있는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바젤은 아름다운 호수와 알프스산맥이 위치한 스위스 중부지역에 비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빠듯한 일정이라면 바젤은 여행지 순위에서 밀려나기 마련.
하지만 의외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도시로 그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시계 마니아들에게는 꿈의 무대 바젤 월드(시계 보석 박람회)로, 문학인들에게는 헤르만 헤세가 유년기를 보낸 도시로, 또 테니스 팬들에게는 페더러의 고향으로, 축구 팬들에게는 FC바젤로, 그리고 예술 마니아에게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원없이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바젤은 꼭 한번쯤 밟아보고 싶은 곳이다.
라인강 따라 여유로운 구시가 여행
바젤 지도를 펼쳐보니 라인강을 두고 북쪽과 남쪽으로 나뉜 모습이 꼭 서울의 일부분을 보는 것 같다.
바젤은 강을 중심으로 신시가와 구시가로 나뉘는데, 주요 볼거리가 모여 있는 구시가를 둘러보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 초록색 트램이 지나다니는 바젤 시내는 세련되면서도 예스럽다.
걸어서도 여행할 수 있지만 체력에 자신 없다면 기차역에서 트램을 타고 시청사까지 가서 구시가 도보 여행을 할 것을 추천한다.
바젤은 특이하게도 호스텔이나 호텔에서 체크인하면 1일 대중교통 이용권을 주는데 비싼 건 아니지만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은근히 기분 좋다.
구시가의 중심, 시청사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외관을 자랑한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붉은색 벽돌과 프레스코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건물이 마치 궁전 같다.
건물은 대부분이 1504년부터 1514년까지 브루고뉴 양식으로 지어졌고 보수와 추가 건축을 거쳐 1900년 초에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담한 정원과 독특한 장식,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반질반질 닳을 대로 닳은 바닥의 돌을 보고 있으면 오랜 세월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시청사 앞, 마르크트 광장에서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장이 열린다.
어느 여행지를 가던 노천 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는 놓치기 아깝다.
앙증맞게 담긴 과일과 야채, 맛있는 치즈가 가득한데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지갑을 열고 두 손이 가득해진다.
△ 움직이는 조각의 일인자, 팅겔리의 이름을 딴 재미난 분수들.
시청사에서 프레이리 스트리트를 따라 걷다 보면 팅겔리 분수가 나타난다.
스위스의 현대 조각가, 쟝 팅겔리의 이름을 딴 이곳은 아담하지만 바젤의 대표 명소로 꼽힌다.
너무 큰 기대를 한다면 작은 규모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분수를 집중해서 오래 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재미있고 기발한 분수를 보며 쉬어갈 수 있다.
△ 바젤에서 가장 오래된 미틀레레 다리가 무척 고풍스럽다.
시청에서 강 쪽으로 가다보면 바젤의 또 다른 명소, 미틀레레 다리가 놓여 있다.
1266년에 만들어져 바젤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구시가와 신시가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되기도 했다.
고풍스런 다리를 건너다보면 멋진 바젤의 풍경에 발걸음을 여러 번 멈추게 된다.
△ 언덕에 세워진 바젤 대성당과 라인강이 어우러진 풍경.
바젤에서 최고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꼽자면 대성당 뒤편 테라스, 팔츠 만한 곳도 없다. 라인강변 언덕에 위치한 대성당의 팔츠에서는 멋진 바젤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바젤 시민들조차도 최고의 뷰로 인정하는 풍경이다.
바젤 구시가를 더 재미있게 도보 여행하는 팁이 있다면 5가지 색깔로 표시된 표지판 중 하나를 정해 따라가 보는 것.
바젤에서 거주했던 유명인의 이름을 딴 표지판인데, 빨강·초록·파랑·노랑·회색 이렇게 색깔별로 루트가 나뉘어 한 가지를 정해 찾아가면서 명소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30분의 짧은 산책 코스부터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까지 다양하다.
바젤은 라인강변을 따라 숲이 무성한 공원이 잘 조성돼 그린시티로도 불리는데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하며 독일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다.
시계에 열광하고 예술을 사랑한다면 바젤
박물관과 건축물이 많아서 예술의 도시로 꼽히는 만큼 바젤은 디자인을 전공하거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동생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 ‘스위스 디자인 여행’ 첫 번째 챕터의 제목이 ‘바젤 바젤 바젤’이었는데 바젤을 여행하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은 바젤을 걷는 것 자체가 ''예술 산책''이다.
바젤 도처에 흩어져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40여개에 이르는데 하나 정도는 가봐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17세기에 설립돼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인 바젤 미술관은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661년 유럽 최초의 국립 박물관으로 세워졌는데 독일 화단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로 평가받는 홀바인이 1515년부터 1538년까지 바젤에 살면서 남긴 작품을 비롯해 고흐, 고갱, 피카소, 샤갈 등 현대 화가의 작품도 둘러볼 수 있다.
△ 팅겔리 미술관의 외관
스위스 유명 현대 조각가이자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의 대가인 팅겔리의 업적을 기리는 팅겔리 미술관도 바젤을 대표하는 곳.
팅겔리를 잘 몰라도 기발한 작품에 푹 빠져들게 되는 이곳은 바젤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갈 수 있다.
설치미술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재미있게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이 열리는 기간 동안 바젤을 방문한다면 그것도 큰 행운이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전시회가 궁금하다면 그 답은 ‘바젤 월드’.
시계와 귀금속박람회로 지상 최고의 시계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올해 열린 바젤 월드의 전 일정 입장권만 해도 18만원에 달하며 출품된 브랜드 수도 1500여개에 이른다.
화려한 시계는 물론이고 시계 부품 업체들의 전시도 흥미롭다.
헤르만 헤세가 잠시 머물렀던 크라프트 바젤 호텔은 1873년에 문을 열어 2007년에 유서 깊은 호텔상을 수상하기도 한 곳이다.
라인 강변에 자리 잡았는데 리버뷰 객실 숙박비는 30만원 정도. 과감하게 투자해 하루 정도 머물러도 좋겠다.
또 바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렉컬리 과자 전문점’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말린 과일과 아몬드를 꿀로 버무린 생강 맛이 나는 바젤 전통 비스킷이다.
계피 향이 나면서 달콤한 맛이 은근히 중독성 있는데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다.
이것만 알고 떠나자!
▷ 가는 길 : 인천국제공항에서 취리히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취리히에서 바젤까지 기차로 약 1시간 소요.
▷ 현지 교통 : 버스와 트램 등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이용하기 편리하다. 24시간 무제한 이용 티켓도 유용하다.
▷ 언어 :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4가지를 공식 언어로 사용한다.
▷ 환전 : 스위스 프랑(Sfr. 현지에서는 CHF로 표기)을 사용하며 모든 기차역에 환전소가 있다.
▷ 음식 : 1000가지가 넘는 치즈가 생산되며 퐁듀를 비롯한 다양한 치즈 요리와 유제품이 인기 있다.
글·사진 : 하상희 객원기자
사진 제공 : 스위스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