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겨울을 보내기 좋은 방법 2015.11.23

한두 권의 책과 따뜻한 차만 있다면 추워서 밖에 돌아다니기 힘든 겨울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매월 선정하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의 도움으로 다가오는 겨울에 함께하면 좋을 도서를 찾아보자. 진흥원은 좋은책선정위원회를 통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발표한다.

이번 달에는 ▷ 언어로 세운 집 ▷ 클래식 법정 ▷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 ▷ 자기 결정 ▷ 제프리 무어의 캐즘 마케팅 ▷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 뭐? 나랑 너랑 닮았다고!? ▷ 짜구 할매 손녀가 왔다 등 9종이 선정됐다.

자세한 내용은 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 → 자료공간)에서 확인 가능하다.

언어로 세운 집(이어령/ 아르테)

이어령의 ‘언어로 세운 집’은 이 땅에 새로운 시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의미 있는 신호다.

이 책은 20세기를 시작하며 한국인의 정서를 내밀하게 형상화했고 한국인의 지성을 든든하게 지탱해준 32명 시인들의 시가 새로운 옷을 입고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김소월, 이육사, 김영랑, 유치환, 정지용, 조지훈, 이상, 윤동주, 김수영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그들의 언어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시 불꽃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32명 시인들의 작품을 단순히 우리의 기억에서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시어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다.

클래식 법정(조병선/ 뮤진트리)

법학을 전공하고, 그에 못지않게 음악을 공부한 저자는 음악가에 얽힌 소송을 매개로 그들의 인생과 음악 세계를 해설한다.

모차르트의 당시 수입이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왜 빚에 쪼들렸는지, 독살설과 연루되는 프리메이슨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왜 무덤을 찾을 수 없는지 등에 대해 당시의 법정 기록을 펼쳐 보이며 자세히 설명해 준다.

저자는 법학자답게 과장된 속설은 명쾌하게 정리해 오해를 풀어 주고, 음악가의 철학과 당시의 사회상이 어떻게 음악에 반영돼 있는지 안내한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저자가 직접 음악가들의 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게 된다.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 땅 이야기(최재용/ 21세기북스)

이 책은 현재의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국의 다양한 땅 이름의 유래와 의미를 언어학과 국어학 차원에서 꼼꼼하게 고증해 쉽게 풀어 설명했다.

땅 이름의 연원과 변화 과정을 살피기 위해 저자는 땅 이름에 얽힌 전설도 두루 섭렵해 소개함으로써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언어학적 설명에 재미를 입힌다.

이를 통해 단순히 땅 이름의 유래만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구비문학의 전설들을 일정한 기준으로 정리해 보존하는 부수적 효과도 노린다.

또한 땅 이름 변화의 언어학적 흐름을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말 여러 단어의 유래를 땅 이름과 관련 지어 설명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땅 이름의 의미를 기준으로 모두 17개의 소주제로 분류해 설명함으로써, 유사한 의미를 지닌 땅 이름들이 전국에 걸쳐 어떻게 분포하는지 보여준다.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박민아, 선유정, 정원/ 한국문학사)

융합이 대세인 지금, 과학과 인문학·사회학 등 여러 학문 분야들을 종합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책은 융합 논의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그 융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과학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과학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과학이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과학이 철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 영역들과 분리된 역사부터 인간관계, 돈과 기업, 정부, 사회 등과 얽혀 있는 양상,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루 다루고 있다.

또 과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과학을 중심으로 그 주변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모해 왔는지를 폭넓게 훑어본다.

한승영 기자 ashs@mediaw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