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와 부동산 상속자 2016.01.19

남편의 사망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임신한 아내가 남편의 유일한 핏줄인 뱃속의 아이를 지웠다면, 그 아내는 상속자의 지위를 잃게 되는가?

판례에 따르면 상속자의 지위를 잃는다(대법원 92다2127 판결).

민법은 상속인의 순위를 정하고 있는데, 배우자의 상속 순위에 대해 사망자(피상속인)의 직계 비속이 있는 경우에 그 직계 비속과 동순위를 인정하며 직계 비속이 없는 경우에는 사망자의 직계 존속과의 동순위를 인정한다.

그리고 사망자의 직계 비속 또는 직계 존속이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단독 상속을 인정한다.

따라서 남편이 사망할 경우에 아내는 상속인의 지위를 갖는 것이 원칙이다.

단 민법은 상속 결격을 인정하면서, 상속 결격 사유에 해당할 경우 상속인의 지위를 박탈한다.

임신한 아내의 낙태 문제는 ‘고의로 직계 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자나 동순위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것(민법 제1004조 제1호)’에 포함되는지가 법원에서 문제가 된 것이었다.

위 민법 제1004조 제1호의 해당 행위는 ‘살인’이다. 이때 살인의 기수범·미수범을 불문하며, 예비·음모도 위 행위에 포함된다.

또한 살인의 정범뿐만 아니라 교사범·방조범도 포함된다.

그뿐만 아니라 실형에 처하는 확정 판결을 요구하는 규정도 없으므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 또는 면소 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함된다.

그런데 ‘낙태 행위’를 ‘살해’로 볼 수 있는가?

‘낙태 행위’는 ‘살해’ 행위와 구별되므로 낙태에 있어서는 상속상 자기의 지위를 유리하게 하거나 또는 불리를 면하기 위해 하는 경우에만 상속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속 결격 사유로서의 ‘고의’에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 없이 낙태를 했더라도 낙태를 한 사망자의 배우자는 상속 결격에 해당한다는 태도다.

남편의 사망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임신한 아내가 낙태를 했다는 것은 상속을 고려한 행동으로 볼 수 없다.

특히 사망자의 부모가 모두 살아있었다면 사망자의 배우자의 낙태로 상속 결격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판례 반대), 사망자의 배우자의 상속분이 낙태로 오히려 줄어든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법원의 결정에 의문이 들 수 있다(낙태를 하지 않았을 때 : 배우자 1.5, 태어난 아기 1/ 낙태를 했을 때 : 배우자 1.5, 부 1, 모 1).

위 판례에 대해 학계의 여러 논의 등을 고려하면, 같은 문제로 재판이 열린다면 판례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료 제공 : 티에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부동산 전문) 이승주 02-3477-0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