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품은 따뜻한 항구 도시 ‘프랑스 마르세유’ 2016.01.29

프랑스 남동쪽의 프로방스 지역은 남쪽으로 지중해, 북동쪽으로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프로방스’라는 네 글자가 주는 첫 인상은 따뜻함이다. 풍요로운 자연과 눈부실 만큼 찬란한 햇살,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은 여행객들에게 기분 좋은 포근함을 선사한다.

프랑스의 전 지역을 연결하는 세계 최고속 떼제베 TGV 덕분에 프로방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부지런을 떤다면 파리에서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렌터카를 빌려 프로방스 작은 마을을 속속들이 둘러봐야 진정한 매력을 알 수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항구 도시 마르세유와 세잔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액상프로방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위험하다? 뜻밖의 즐거움이 가득, 마르세유

△ 마르세유의 아름다운 야경.  

△ 높은 곳에 세워진 건물이 바로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 마르세유는 약 26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인들이 최초의 마을을 이곳에 세운 뒤 지중해 항구 도시로 크게 발전했다.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이곳에 정착했으며 알제리,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출신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360도 턴하며 슛을 날리는 ‘마르세유 턴’으로도 유명한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도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프랑스인.

이렇게 아랍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많은 까닭에 마르세유는 범죄율이 높은 위험한 도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연중 300일 이상 햇살이 내리쬐는 이곳에서 조금만 주의한다면 로맨틱한 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 오랜 역사가 빚어낸 유적지들은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바다 냄새 가득한 구항구에서 마르세유 여행이 시작된다.

구항구로 들어온 배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수산 시장을 구경하고 거리를 걸어보자.

이때 많은 사람들이 위를 쳐다보는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마르세유의 명물이 된 ‘거울천장’이다. 실제로는 거울 수준으로 반사되는 ‘슈퍼미러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로, 2013년에 마르세유가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만든 것. 여행객이라면 이곳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꼭 사진을 남겨야 하는 명소다.

또 구항구에서 정기 여객선을 타면 근처의 이프섬과 프리울섬으로 갈 수 있다.

이프섬은 1524년부터 감옥으로 사용됐던 곳으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프섬 주변에 파도가 심한 날이 많아 운이 좋아야 배가 정박하기도 한다. 섬에 들어가면 감옥으로 사용됐던 오래된 성이 위용을 자랑하고 성 꼭대기에서는 지중해와 마르세유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프섬에서 배로 10분 정도 떨어진 프리울섬은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는 휴양지. 사실 관광객보다 내국인들에게 더 알려진 곳이라 이프섬만 보고 돌아오는 여행객도 많다. 하지만 한번 가보면 그 매력에 반하고 마는 곳.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해 스쿠버다이빙 장소로도 유명하며, 수영을 즐기기 좋은 작은 해변들이 곳곳에 있다. 깨끗하고 환상적인 지중해 바다가 펼쳐져 프랑스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다시 마르세유 도심으로 돌아와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딜 가든 눈에 띄는 성당이 있는데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이다. 마르세유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마르세유의 상징. 1853년에 짓기 시작해 1864년 동로마 비잔틴 양식으로 완공됐으며 구항구에서 미니 트레인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다.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우리들의 귀부인’ 즉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프랑스 존칭으로, 성당 꼭대기에 있는 황금색 성모 마리아상이 인상적이다. 성당에서 보이는 지중해와 도시의 모습도 멋지다.

마르세유 시내를 둘러보다 보면 비누 가게가 유독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마르세유 비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루이 14세 통치 시절, 1688년 비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오직 마르세유의 올리브유로 만든 비누에만 ‘사봉 드 마르세유’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만들었다. 예쁜 색깔의 다양한 비누가 많아서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다.

마르세유에 왔다면 이곳의 전통 음식, 부야베스를 꼭 맛보자.

옛날 어부들이 팔고 남은 생선으로 끓여 먹었던 전통 있는 요리로, 이 소박한 요리가 지금은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우리나라 생선찌개와도 맛이 비슷해 한국인들 입맛에도 딱이다.

세잔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 액상프로방스

△ 세잔·에밀 졸라 등 예술가들이 즐겨찾던 카페 ‘레 되 갸흐송’.

항구 도시 마르세유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액상프로방스에서는 다양한 분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지명에 붙어 있는 액스(Aix)는 고대 라틴어로 아쿠아, 즉 물을 뜻하는데 말 그대로 물의 도시며 ‘분수의 도시’다. 제각각 다른 모양의 독특한 천연 분수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이자 파블로 피카소가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라 칭했던 폴 세잔도 이곳의 매력에 푹 빠졌을까.

액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잔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 파리로 떠났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틀리에를 만들고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세잔 예술의 출발은 액상프로방스의 풍경이라고 할 만큼 이곳에서 작품의 영감을 많이 얻었다.

세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세잔의 생가와 그가 미술을 배운 학교, 아틀리에, 그가 즐겨 갔던 카페, 세잔 어머니의 아파트, 세잔 할머니의 집 그리고 그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와 장례식을 치렀던 교회까지 그의 모든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다. 인간 세잔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

특히 세잔이 1901년에 액상프로방스 변두리 땅을 사서 정원을 가꾸고 올리브 나무와 무화과를 심고 또 직접 설계한 건물을 지어 만든 아틀리에에는 그의 섬세함이 담겨 있다.

손때 묻은 캔버스와 사다리부터 그가 즐겨 썼던 모자까지, 왠지 세잔이 잠시 어디 나갔다가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생생하다. 세잔의 작품은 없지만 빛과 색을 사랑한 세잔의 화가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시내 중심가인 미라보 거리에는 세잔뿐 아니라 유명 화가와 작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카페 ‘레 되 갸흐송’이 있다. 200년 전통을 간직한 카페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는데 미라보 거리를 보면서 커피 한잔 하기에 좋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액상프로방스에는 오래된 가게들도 많아서 옛 거리를 걷는 기분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치즈, 라벤더, 소시지, 빵 등 먹거리?·?볼거리 가득한 시장도 놓치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다. 이곳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어서 더 정감이 간다.

고풍스러운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예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액상프로방스 근교에는 광활한 라벤더 밭이 가득하다. 액상프로방스 하면 떠올리는 색깔 역시 보라색.

6월부터 시작해 7월에 절정을 이뤄서 일부러 여름에 액상프로방스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거리 곳곳에는 라벤더 비누와 향수, 관련 기념품을 판매하는 숍들이 있다.

루베롱 등 액상프로방스 근교 전원 지역을 돌면서 넓은 라벤더 밭을 체험하는 라벤더 투어도 인기. 사실 자신이 원하는 풍경을 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를 렌트해서 유명한 라벤더 밭을 둘러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이것만 알고 떠나자!

▷ 가는 길 : 마르세유 직항편은 없다. 파리 직항편을 이용한 뒤 마르세유행 국내선으로 환승하거나 매 시간 운행되는 떼제베 TGV를 이용한다. 기차는 파리에서 약 3시간 소요.

▷ 현지 교통 : 두 개의 메트로와 트램, 버스 노선이 마르세유 곳곳을 연결한다.

▷ 언어 : 공용어는 불어이며 표지판에서도 영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호텔이나 주요 관광지 등에서는 영어 사용도 가능하지만 불어 표현을 조금 익혀가는 것이 좋다.

▷ 날씨 : 남프랑스는 일조량이 풍부해 겨울에도 따뜻하고 봄가을에는 쾌적해 연중 여행하기 좋다.

▷ 통화 : 유럽 공통 화폐인 유로를 사용한다. 동전은 센트를 사용한다.

▷ 여행팁 : 24시간 또는 48시간 시티패스를 구입하면 버스, 지하철, 트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관광 안내사무소에서 구입 가능하며 시내 기념품점, 공연, 액티비티 할인 혜택이 있다. 미술관, 박물관 무료 입장도 가능하고 샤포 디프 및 이곳을 오가는 보트를 무료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1일권 201유로, 2일권 271유로.

글 : 하정화 객원기자/ 사진  : 프랑스관광청 제공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