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들을 사로잡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2016.04.08

정돈된 환경에서 보내는 느릿한 일상.

지금도 아날로그적인 세상이 더 익숙하게 펼쳐진 독일에서는 새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덕분에 독일의 소도시 여행은 어딜 가든지 재미있고 개성 있다.

독일의 남쪽,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역시 관광 도시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쉐의 본사·박물관이 존재하는 자동차의 도시로, 자동차 마니아라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독일 전통 건물도 잘 보존돼 아담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중앙역 주변으로 관광지 몰려

△ 독일의 대표 시인 실러의 동상이 서 있는 실러광장.  

△ 세계 3대 발레단이 속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

독일에서는 반호프슈트라쎄(Bahnhof-straße)라고 적힌 표지판만 잘 찾아도 방향을 찾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역 앞 거리’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 방향을 따라가면 기차역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대부분 도시의 중심가와 구도심의 역사 지구로 이어지는 길이 역 주변에 모여 있다.

슈투트가르트 역시 중앙역 남쪽 출구로 나와 조금만 가면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쾨니히 거리와 마주하게 되는데 주위에 볼거리가 집중돼 있다.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은 지은 지 100년 가까이 된 건물로, 탑 꼭대기에 벤츠 로고가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58m의 탑 8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서 한 층 더 걸어 올라가면 슈투트가르트 도심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중앙역에서 1846년에 처음으로 기차가 운행됐고, 1914년부터 1928년까지 확장·증개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사실 2010년부터 중앙역사와 주변 공원을 재정비하는 공사가 시작됐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지금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됐다.

옛것을 소중히 하고 자연을 지키려는 독일인들의 노력에 우리 나라의 모습은 어떠한가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제 중앙역 주변, 중심가 쾨니히 거리를 따라가 보자.

백화점과 여러 매장들이 몰려있고 중심가답게 사람들도 많다.

조금 더 걸어가면 뷔르템부르크 왕국 시절의 궁전 모습도 보이고 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 슐로스광장 잔디밭이 나타난다.

슈투르가르트를 대표하는 이곳에는 늘 많은 시민들이 여유를 만끽한다.

한쪽에서 시원하게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밤에는 조명이 켜져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슐로스광장 뒤쪽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 보면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1909년부터 1912년 사이에 지어졌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손상되지 않은 몇 안 되는 건물 중 하나이다.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연습실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수석 발레리나 강수진이 활약했던 곳으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또 슐로스광장 옆에는 신궁전이 있는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규모도 무척 크다.

한눈에 봐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 365개의 크고 작은 공간들이 궁전을 채우고 있다.

신궁전 옆에 구궁전이 세워져 있고 구궁전 뒤편에 실러광장이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사상가인 프리드리히 실러 동상이 서 있으며, 광장 주변으로 다른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둘러싼 모습들이 독특하다.

실러광장 뒷편에 있는 슈티프트교회는 10~11세기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건물.

여러 번의 재건축을 거치면서 다양한 건축 양식을 담고 있다.

실러광장 가까운 곳에 카를광장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토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열린다.

다양한 골동품과 재미있는 물건도 많이 볼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의 대표적인 철학가인 헤겔의 고향으로 그의 생가도 볼 수 있다.

그가 태어난 3층의 아담한 주택이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의 중요한 공업지대 중 한 곳이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동안 여러 차례 폭격을 당하는 등 피해가 컸다.

2차 세계대전 때 도시 전체의 90% 이상이 파괴됐다가 1945년에 재건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경제가 회복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슈투트가르트로, 지금의 모습으로 복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명품 자동차 브랜드, 벤츠의 고향

△ 자동차 마니아들이라면 꼭 둘러봐야 하는 메르스데스 벤츠 박물관.

△ 뮌헨의 옥토버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칸슈탄트 맥주 축제.

자동차에 대한 독일인의 애정은 남다르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부터 명품차를 타고 속도 제한 없는 아우토반을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의식주에 있어서는 빈부의 차를 많이 드러내지 않고 검소한 독일인이지만 차에 있어서는 좀 다르다.

자신의 앤틱차를 자랑하는 올드타이머경연대회도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슈투트가르트는 아주 특별한 도시다.

자동차의 명품 브랜드이자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길을 걸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본사와 박물관이 있고 포르쉐 본사와 자동차 공장, 박물관도 세워져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슈투트가르트에 갔다면 벤츠 박물관은 반드시 들려야 하는 명소다.

자동차 도시답게 슈투트가르트 기차역에서 나오면 벤츠와 포르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의 박물관은 도심 가까운 곳에 있다.

박물관 티켓 가격은 8유로이며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박물관 팩토리 투어도 가능하다.

세련된 자동차 디자인만큼이나 박물관의 외관도 세련미가 넘친다.

1층에서 캡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꼭대기까지 가서 나선형 복도를 따라 한 층씩 내려오면서 관람하면 된다.

아쉽게도 입구에서 나눠주는 음성가이드에 한국어 서비스가 없는데 미리 자동차에 대해 공부하고 가면 더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부터 자동차 엔진의 발전 과정 등 자동차의 역사를 모두 볼 수 있다.

1886년 만들었던 벤츠의 초기 모델을 비롯해 1889년에 제작된 엔진도 눈길을 끈다.

1900년 이후 근대의 자동차 변천사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시대별로 벤츠가 만들어낸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다.

자동차의 명작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 벤츠 300SL 쿠페 모델도 직접 볼 수 있다. 1955년에 제작된 모델로, 벤츠 클래식카 마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자동차로 꼽힌다.

또 박물관 맞은편에는 벤츠 전시장이 있다.

벤츠의 거의 모든 모델을 구경할 수 있는 만큼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온종일 투자해야 아쉬움이 남지 않게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벤츠 박물관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면 포르쉐 박물관과 전시장이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가보자.

멋진 스포츠카를 직접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다.

그리고 도시를 떠나기 전 쇼핑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슈투트가르트 근교에 있는 명품 아울렛 매칭엔을 추천한다.

독일 내에서도 제일 큰 규모를 갖추고 있는데 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독일 여행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맥주.

맥주의 나라 독일에는 도시마다 수십개의 맥주 양조장이 있으며 개성 있는 맥주 축제로도 유명하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칸슈탄트 맥주 축제는 9월 말부터 10월 초에 열리며,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맥주 축제다.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 곳곳에 큰 텐트를 치고 맛있는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재미있다.

맥주를 즐겨 마신다면 한번쯤은 독일 맥주 축제를 꼭 방문해봐야 한다.

그리고 독일은 유럽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숲이나 공원 면적이 압도적으로 넓다.

독일의 가정집 정원에도 오래된 거목이 많고 어딜 가든지 나무가 가득한데, 18~19세기부터 독일인이 자연 보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하니 자연에 대한 독일인의 사랑을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글 : 하정화 객원기자/ 사진  : 독일관광청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