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경남 창원’ 2016.06.03

웬만큼 산록은 우거졌지만 많이 덥지는 않은 6월,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이번에 소개할 여행지는 창원이다.

2010년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하나로 통합돼 국내에서 가장 큰 기초자치단체로 부상된 창원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지역보다 세 지역의 특색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어 의외로 알찬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4박자를 고루 갖춘 창원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저도 연육교   

1950년대 제작된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7개 부문을 휩쓴 명작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콰이강의 다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창원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저도연육교는 창원의 구복리와 저도를 이어주는 철제 다리다.

빨간 페인트가 칠해진 저도연육교는 박신양과 이미연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인디언 섬머’에도 배경으로 나왔을 만큼 로맨틱하고 아름답다.

다리 난간에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많은 연인들이 채운 자물쇠가 열쇠는 바다에 던져진 채 주렁주렁 걸려 있어 더욱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두 손을 맞잡고 다리를 끝까지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을 가진 저도연육교를 방문해 잠시 힐링을 해도 좋겠다.

브라운 핸즈 카페   

마산 버스 정비소를 카페로 만든 브라운 핸즈 카페는 초입에서부터 카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유소가 먼저 눈에 띄어 재미있는 느낌을 준다.

건물 상단에 ‘안전제일’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어 피식 웃음이 나게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빈티지한 분위기를 낸다.

건물 내부는 더 재미있다.

건물 내부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라는 문장과 함께 바닥 곳곳에 철근이 깔려 있어 이곳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커피 가격대는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카페 앞으로 바다 전경이 펼쳐져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주기에 방문해도 후회 없을 곳이다.

마산어시장   

마산어시장은 1809년 창원현 마산포장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진 오랜 역사를 가진 어시장이다.

규모도 상당한데 규모가 큰 만큼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 개 있고 골목마다 파는 물건이 조금씩 달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마산어시장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어시장답지 않게 돼지고기로 유명한 ‘돼지골목’이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양념 족발이 매우 유명하다고 하니 회만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은 돼지 족발도 함께 먹어보면 좋겠다.

사실 넉넉한 인심까지 느끼기엔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활기 넘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덩달아 활기차져 더욱 고소한 생선의 맛을 느낄 수 있어 흐믓해진다.

마산어시장은 밤 8시까지 영업하나, 횟집은 24시간 하는 곳도 있다.

마산 아귀찜   

매콤한 양념에 아삭아삭한 콩나물, 탱글한 아귀가 버무려진 아귀찜은 마산의 대표 별미 중 하나다.

마산 아귀찜은 전국적으로 워낙 잘 알려진 음식이라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원조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야 한다.

창원에는 아귀찜의 고장답게 ‘오동동 아구찜거리’가 있다.

초입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온갖 아귀찜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사실 모든 식당이 원조를 자처하기 때문에 진짜 원조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어디를 선택해도 맛있다.

마금산온천   

지역 사람들은 북면온천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아무리 퍼 올려도 마르지 않아 ‘신비의 샘’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하느라 열심히 걸어 몸의 근육을 사용했다면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가 뭉친 근육을 풀며 온 세상이 내 것인 것만 같은 기분을 느껴 보자.

약알칼리성인 마금산온천은 각종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경통·관절염·습진에 좋고, 특히 격렬한 신경통이나 류마티스·잠수병에 특효가 있다.

마금산온천은 마셔도 좋은데, 간 질환·만성 변비·당뇨병·위장병에 효과적이다.

주남저수지   

창원 근교에 거주하는 사진 애호가들이 적어도 한번쯤은 가는 창원의 명소가 있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이곳은 바로 주남저수지다.

주남저수지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가창오리 등 수만 마리의 철새가 월동하면서 그 이름을 알렸고 이로부터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호인 주남저수지에서는 계절에 따른 철새의 아름다운 비행을 목격할 수 있고,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뚫리는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 그리고 탐조대도 마련돼 있어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다.

봄에는 산책로를 따라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유채꽃밭에서 인생 사진 한 컷 남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

산책로는 상시 개방하지만 전망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집에   

저비용 고효율을 만족시키는 식당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곳은 사실 기자도 우연하게 발견한 식당이다.

파란 지붕과 어울리는 귀여운 간판이 인상적인 이곳의 주 메뉴는 바로 생선구이다.

대표 메뉴는 ‘돌솥생선정식’인데 돌솥밥과 함께 고등어, 갈치, 옥돔 세 종류의 생선구이가 나온다.

이 세 가지 생선을 함께 맛보는 데 드는 돈은 단돈 1만원!

함께 딸려 나오는 기본 찬의 질은 그다지 좋진 않지만 세 종류의 생선구이만으로 그 값은 충분하다.

밥을 다 먹어야 영접할 수 있는 돌솥 숭늉에 간간한 생선 한 조각씩 올려 먹어도 일품이다.

Cafe W   

같은 커피라도 이왕이면 더 운치 좋은 곳으로 가보자.

이곳은 진해루 옆에 위치한 카페로, 4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커피 외에 이곳에서 직접 만든 자몽청이나 레몬청을 넣은 차도 정성스럽다.

커피 한잔 들고 빨간 하트 위에 새겨진 ‘오늘 날씨 진짜 좋다. 너처럼 좋다’라는 문구를 바라보자니 나도 모르게 위안을 얻는다.

이곳에서 예쁜 셀카 한 컷 찍고 커피 한잔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창 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말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커피를 들고 나와 진해루 한 바퀴 돌며 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

명서밀면   

밀면은 본래 부산에서 더 유명하지만 창원의 명서밀면만은 어느 부산 밀면에 비해 맛과 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명서밀면은 명서시장 내 골목 안 쪽에 위치해 있는데, 간판이 골목 입구에도 나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골목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길다랗게 줄을 선 식당이 하나 눈에 띈다.

그곳이 바로 명서밀면이다.

줄이 길다고 걱정하지는 말자. 회전율이 빨라 생각보다 빨리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이곳은 비빔밀면보다 물밀면이 더 유명하다.

생활의 달인에 나온 밀면 전문가답게 주방장이 만드는 육수와 면의 궁합이 최고다.

밀면의 원조는 물밀면이기에 물밀면을 먹어 봐야 하지만 이곳의 비빔밀면도 물밀면 못지 않게 훌륭하다.

명서밀면의 또 하나의 장점은 맛도 맛이지만 가격 역시 매우 합리적이다.

이곳에 와서 밀면 한 그릇 하면 한여름의 불볕더위는 안녕이다.

글·사진  : 김현지 기자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