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기는 스포츠의 도시 ‘김천’ 2016.08.03

연인이나 친구,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즐길거리가 넘치는 곳, 바로 김천이다.

학창시절에 김천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막연하게 문학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소설가 김연수와 김중혁, 그리고 시인 문태준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

김천에서 나고 자란 세 사람은 이른바 ‘김천 3인방’으로 불리며 문단에 자신들의 고향을 알렸다.

김연수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문학동네, 2002년)』를 읽으면 작품의 바탕이 된 작가의 어린 시절과 함께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당시의 김천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소설집에 수록된 자전 소설 <뉴욕제과점>은 김천역 앞에 실제로 있었던 빵집이 배경이다.

김천역 앞에서 그 흔적을 찾아봤으나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취재차 방문한 김천은 문학의 도시라기보다는 스포츠의 도시였다.

테니스, 육상 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체육 행사가 동시에 열리고 있어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김천은 직지사, 청암사, 수도암 등이 유명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과감히 제외했다.

이보다 더 특별한 풍경을 눈에 담고 싶었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연화지

김천역에서 종합스포츠타운으로 가는 길에 김천예고 방향으로 꺾으면 연못이 하나 나온다. 계절마다 다른 멋을 뽐내는 연화지다.

특히 봄에는 벚꽃으로 유명하다. 야경과 어우러진 벚꽃은 연화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름에는 연못을 가득 채운 연꽃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이 시민들과 여행객을 부른다.

연못이 크지 않아 한 바퀴 돌아보기 적당하다.

아침부터 흐리던 하늘이 연화지에 도착하자마자 비를 뿌렸다.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조용할 것 같은 연못에는 아직 활짝 피지 않은 연꽃과 그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만 가득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연화지를 따라 걸었다.

여행의 기억은 풍경과 소리로 남기 마련이다.

연잎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남긴 채 언젠가 벚꽃을 보러 오리라고 생각했다.

부항댐

연화지가 걷기 좋다면 부항댐은 드라이브하기 좋다.

연화지에서 시내를 지나 남쪽으로 시골길을 따라 달려가 부항댐에 도착했다.

댐 옆에는 물문화관이 있다.

솔직히 말해 2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특별히 둘러볼 만한 것은 없다.

2층은 그냥 지나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전망대로 올라가는 것이 낫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부항호의 전경을 바라보며 잠시 쉰 후 부항호 주변을 달렸다.

걷기에는 꽤 길고 차를 타고 한 바퀴 돌기에는 약간 짧은 기분이 들었다.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산책로 조성도 잘돼 있는 편이다.

매년 8월이면 걷기 대회를 포함해 불꽃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고 하니 시기를 맞춰 찾아가보면 더 아름다운 경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부항호에는 물에 반쯤 잠긴 두 소나무가 한때 유명했다.

부부송으로 불린 이 소나무들은 댐에서 부항호 맞은편에 이르렀을 때 발견할 수 있다.

두 소나무는 함께 늙어가는 노부부처럼 말라 있었다.

부항댐 아래에는 산내들 오토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2014년에 문을 연 캠핑장은 부항댐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다.

자두마을

부항댐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김천이 자랑하는 자두마을을 방문했다.

김천시 구성면에 위치한 양각자두 정보화마을은 전국의 수많은 자두 농장 중 유일하게 국가에서 지정한 자두마을이다.

매년 7월 중순 자두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 김천에서는 자두 축제가 열린다.

종합스포츠타운에 마련된 부스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차로 이동해 이곳 양각자두마을에서 직접 자두 수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김천은 자두뿐만 아니라 포도도 유명하다. 자두 축제 역시 포도 축제와 함께 진행된다.

오직 여름에만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과일들이다.

그 이유만으로도 김천을 찾을 만하다.

갓 수확한 달콤한 자두는 후덥지근한 날씨를 잊게 해줬다.

대성암

물론 자두만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부항댐 주변의 지례흑돼지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눈길을 끈 곳은 따로 있었다.

다시 김천역으로 향했다.

역 앞 육교를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대성암에 가기 위해서였다.

대성암은 초밥 가게다. 무려 1926년에 문을 연 곳이다.

당시 일본인이 시작한 가게는 현재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정창호 대표의 할아버지가 1942년에 이어받아 지금까지 3대에 걸쳐 내려왔다.

한 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놀라움과 함께 초밥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가 더해져 큰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

초밥 1인분이 만원을 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묵탕이 유명하다고 했으나 혼자 모두 먹기에는 양이 많을 것 같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택이 더 아쉬웠다.

생선초밥은 특별하기보다는 담담했다.

이렇게 100년 가까운 시간을 한결 같은 맛으로 내려왔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나온 우동도 깔끔했다.

별미는 계란말이가 들어간 김초밥이었다.

알고 보니 정창호 대표가 김초밥의 달인으로 방송에 소개된 적도 있다고 했다.

오봉저수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오봉저수지다.

김천에서 구미로 넘어가는 중간쯤에 있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오봉저수지에서는 수상 레포츠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땅콩보트, 바나나보트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는 요즘 시원하게 물줄기를 갈라볼 수 있는 기회다.

오봉저수지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승마 체험이 가능한 김천승마장도 찾을 수 있다.

글 : 허진혁 기자/ 사진 : 허진혁 기자, 김천시청

기사 제공 : 테니스코리아(www.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