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개인이 운용하는 DC·IRP 시대 활짝⑵ 2016.12.27

이전까지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대부분 회사가 운용·관리해 왔다. 하지만 최근 퇴직급여의 운용 주체가 회사에서 근로자 개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퇴직급여 감소, 정부의 IRP(이하 개인형 퇴직연금) 세제 혜택 강화 등으로 투자 유연성과 세제 혜택이 높은 DC형(이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관리 퇴직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 4가지

개인이 관리하는 퇴직연금 자산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추정하는 첫 번째 이유로 기업의 임금제도 변화를 들 수 있다. 고령화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 하면서 늘어난 근무기간 동안 임금피크제와 함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퇴직연금 제도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급여와 함께 퇴직금 수준도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연봉제와 함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일부 기업에서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해 매년 근로자에게 지급하던 경영성과급 중 일부 또는 전부를 근로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해주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두 번째로,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퇴직에 따른 은퇴자의 증가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5월 연령별 고용보험 피보험자 현황을 살펴보면, 50대 이상 피보험자 수가 1247만 500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10년 내 직장에서 퇴직하게 될 것이다. 이 퇴직자들이 퇴직급여를 개인형 퇴직연금로 이체하면 자연히 개인이 관리하는 퇴직급여 자산 규모가 커지게 된다. 물론 퇴직급여가 고스란히 개인형 퇴직연금에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점에서 세 번째 요인이 중요한데, 바로 세제 혜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세법 개정 이후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에 이체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30% 경감받게 되었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알려지면서 연금 수령자 수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퇴직자 중에서 퇴직급여를 개인형 퇴직연금에 넣어두고 연금으로 받는 사람 비중이 지난해 1분기 3.1%에서 4분기에는 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앞서 살펴봤듯이 연금계좌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300만 원 확대한 것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늘리는 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네 번째 요인으로 영세사업자와 자영업자의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들 수 있다.

현재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 비율은 84.4%인 데 반해, 30인 미만 중소사업체의 퇴직연금 도입 비율은 15.9%에 머물고 있다. 결국 퇴직연금을 신규로 도입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영세사업장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2017년부터 자영업자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중소·영세사업체의 경우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 비중(60.5%)이 높은 점을 감안해볼 때 향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보다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와 적립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자산 운용 어떻게 하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면서 자산 운용이 숙제로 남게 됐다. 현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원리금 보장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6.5%나 된다.

개인형 퇴직연금의 경우도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67.8%로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높은 금리를 보장해주면서 원리금까지 보장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61%(2016년 6월 기준)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원리금 보장상품만 고집할 순 없다.

그렇다고 은퇴 후 주요한 생활비 재원이 될 퇴직연금을 무턱대고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퇴직급여를 개인형 퇴직연금로 이체하거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이행하면서 목돈이 움직이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Tip.

①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급여를 직접 운영하고 책임지는 제도다.

②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 : 회사가 퇴직급여를 운용하고,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③ IRP(개인형 퇴직연금) : 퇴직급여를 이체하거나 추가 적립하여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와 투자49호>

정리: 한승영 기자 ashs@mediawill.com